꿈 3

창작시

by 백건우

꿈 3

오전내 타고 앉은 미싱으로

허리가 욱신거릴즈음 던져지듯

점심을 알리는 종소리 기계소리

허겁지겁 점심을 삼키고 빈자리 찾아

눈을 감는다 습관처럼 낮잠은

콤프레샤 멈춘 고요한 작업장을 찾아오고

나는 눈감으면 나타나는 고향

바늘에 찔려 떨어지는 선연한 핏방울같은

가슴 아린 고향의 들길을 헤매인다

똥장군지는 아버지의 굵은 주름살과

갈퀴같은 손가락으로 호미질 땀 훔치시는

어머니 말라붙은 젖가슴이 보인다

계절이 바뀌어도 늙은 대추나무에서

산새는 울었고

세월이 지나도 어머니의 하늘은

맑게 개이지 않았다

더욱 깊어지는 주름과

더욱 억세어지는 마디 굵은 손가락과

당신들의 슬픈 눈매에

동구밖까지 소매자락 눈물에 젖고 젖어

서울길을 뿌옇게 흐리게 했다


지금도 그땅을 지키고 계실 아버지

땀과 눈물로 얼룩지는 붉은 땅 위에

우리가 돌리는 미싱은

아버지의 땅을 더욱 가난하게 하고

우리의 가난은

어머니의 논과 밭을 더욱 황폐하게 한다

아아...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사막에서도 뿌리내리는 식물처럼

이 척박한 땅에서 끝내 살아남아

마침내 한그루 평등으로 피어나시길


고향의 하늘아래서 나는

한송이 구름으로 피어오르다가 문득

시원한 빗줄기로 내리기도 하고

들판을 가로지르는 향기로운 바람으로

떠돌며 흐르다 머무는 곳

아버지의 땅 어머니의 하늘

나의 고향과 그리고 자유의 땅이었다

그러나 고향은 언제나 꿈속에 있었고

점심시간을 빼앗듯 비웃는 종소리 울리면

잠에서 채 깨어나지 못한 채

허둥거리며 미싱을 탄다

수출용 의류처럼 내 꿈마져도

재봉질 당하고 잔어과 특근 속에서

고향은 점점 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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