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원풍모방 자리에서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는
몇 천만원을 홋가하는 고급주택지로 변한
원풍모방의 옛날 자리에서
나는 오늘도 붉은 흙을 밟으며 출퇴근한다
한층 한층 아파트가 올라갈 때마다
우리들의 노동으로 이룩한 공장의 흔적은 사라지고
그때 그 자리에서 투쟁하던
동지들의 아름다운 모습도 땅 속에 묻힌다
평등한 노동을 위헤 싸우던
횃불로 타오르며 싸우던 동지들 빛나는 투쟁의 그날
땅이 뒤집혀 붉은 살 드러나고
우리들의 피땀섞인 공장이 폐허가 되고
동지의 젊은 팔뚝이 꺾여 거리로 쫓겨나고
그러나
우리들의 투쟁 목청터지는 함성
승리의 기쁨으로 환호하던 민주노동조합의 그날
우리는 그때의 자랑스러움을 잊지 못한다
영원히 잊을 수 없다
동지들의 맑은 눈망울과 얼싸안은 어깨
따뜻한 뺨을 부비고 굳세게 두 손을 잡고
평등의 노동을 위한 새로운 역사를 열었던 그 날
동지들의 가슴에는 노동과 동지에 대한 뜨거운 사랑
평등의 그날이 오리라는 확신에 찬 믿음
우리들의 노동은 곧 창조 그것이었다
70년대 유신의 먹구름
유신의 번득이는 총칼아래
군부독재 18년간의 장기집권 아래
무수한 탄압과 폭력의 짓밟힘 속에서
꿋꿋하게 허리를 펴던 노동의 힘
누구도 역사의 흐름을 막지 못한다
군부독재는 군부독재를 낳고
총칼의 논리는 쿠데타를 만들고
민중의 피를 마신 군부독재는
민중의 피로 목숨을 연장한다
유신 그리고 광주민중항쟁과 피의 학살
그 원흉들이 총칼을 겨누고
피 묻은 자리에 앉아있는 지금
원풍모방은 폐허가 되고 불도저에 깔리고
민주노동조합은 총칼에 깨지고 몽둥이에 꺾이고
그 자리에서 외치던 동지의 뜨거운 함성
피끓는 투쟁의 의지는 차디찬 골방으로 밀리고
이제는 붉은 흙 위로
노동자의 피땀에 기생하는 귀족들의 보금자리가 세워지고 있다
한층한층 아파트가 세워질 때마다
원풍의 민주노동자들이 숨쉬던 이땅 위에
다시 동지들의 힘찬 함성이 울려퍼지길 다짐하며
아파트 한세대 한세대 모두
우리 동지들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찬바람 이는 십오층에서
평등의 그날을 위해 삽질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