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에

창작시

by 백건우

잠 못 이루는 밤에

구정 며칠 전이라 취직은 어렵고

빈둥거리며 낮잠이라도 자고 난 뒤면

밤 늦게 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인다

애국가 끝난 텔레비젼을 끄고

소설책이나 뒤적거리다가

답답한 가슴으로 문 밖을 나서면

아직도 불 꺼지지 않은 창문이 보인다

야근 끝나 돌아온 어느 노동자가

이제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 것일까

공장다니며 했던 그 수많은 야근,잔업,철야

잔업없이 먹고 살 수 있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공장에 다니겠다고 수없이 되뇌이던

그 지겹고 신물나는 야간잔업이

왠일일까 그래도 그리워지는건

이렇게 놀고 있다는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죄이고 부끄러움이다

차라리 이빨을 갈며 코피를 쏟으며

콘베어라인 앞에서 허덕거릴지라도

충혈되고 짓무른 눈으로

터지는 하품을 참지 못하고

반장 눈 피해 잠깐씩 눈을 감았다 뜰지라도

피곤한 육신과 마음을 서로 의지하며

격려하고 위로해주던

동료들과 함께 있던 때가 좋았다

귀 멍멍한 굉음으로 말소리 들리지 않아도

지나가며 어깨를 툭툭 쳐주는 선배 오형

그의 무뚝뚝한 미소가 눈물겹게 그립다

손다친 동료의 병원위문에

반나절치 일당을 선선히 털어주며

멋적어하던 투입구 전형도 보고싶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십년이 넘도록

사람들은 많이 만나고 헤어졌지만

우리네 인생의 고통과 슬픔,그리고

타오르는 분노까지도 함께 할 수 있었던

그들은 나의 형제이며 동지들이었다

바로 현장에서 만난

그들과 떨어져 있는 지금은

고향을 떠난 뜨내기 같고

길잃은 사람처럼 불안하다

동지와 일이 있는 곳에서

함께 실천하며 강해지기를

일 없이 빈둥거리는 이 밤에

차가운 바람을 마시며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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