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계엄령
쉿!
조용히 듣기만 하게
이제 진실은 사라졌네
저들의 말과 행동만이
진실이라고 강요 당하는 오늘
우리는 그저 조용히 침묵할 뿐
번뜩이는 포시노가 날카로운 총검
연약한 심장을 깔아뭉개는
캐터필러 속에서
자유는 비굴하게 고개 숙이고
무거운 군화아래 복종하고 말았네
이제 도시는 계엄령이 선포되었네
함부로 말하지 말고
저들의 거진된 진실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살기 위해서는
다만 살기 위하여 살아 남아
죽음의 시대에 비겁하게 말라버린
우리의 못난 초상을
손가락질 받으며 보여주세
자유를 빼앗기고
진실을 잃어버린 우리의 영혼이
얼마나 부끄럽게 여위었는가를
역사 앞에서 보여주어야 하네
쉿!
조용히 듣기만 하게
어디선가 진실의 목소리가 전해져 오고 있네
푸른 쟝글복과 화염방사기와 시퍼런 대검의 골목 속에서도
자유의 몸짓은 그치지 않고 있다네
견고한 바리케이트와 암호무전기가 도시를 장악해도
자유를 위해 죽음마져도 불사하는
민중의 자유의지는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가 되고 있는 것일세
길모퉁이마다 총칼이 번득이고
스치는 바람마져 싸늘하게 외면하는 도시
비상사태와 긴급이 펄럭이는 담화문 속에는
미화된 폭력이 민중을 위협하고 있지만
노동으로 거칠어진 손에서
자유는 전해지고 있다네
검푸른 공포와 침묵의 밤에
골목을 울리는 군화발 소리 소총 부딪히는 소리
민주를 포박하여 어디론가 끌고가고
쇠사슬 끌리는 소리 비명소리 어지럽게
자유를 유린하고 있지만
빛은 어둠 속에서 더욱 밝고
투쟁은 탄압 속에서 그 참 모습을 드러내는 것
진실은 거짓 속에서 더욱 가슴 벅차게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네
쉿!
아직은 목소리를 높이지 말게
저들의 웃음과 부드러운 혀 속에
숨겨진 비수와 독침이 들어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되네
수 없이 쓰러져간, 쓰러지며 절규하던
그 목쉰 자유를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앞서 간 민중의 피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하여
저들의 거짓된 자유와 교활한 평화를
믿어서는 안되네
뿐만 아니라 저들만의 자유
저들만을 위한 평화에서 억눌리고
핍박받고 착취 당하는 우리들
민중들이 앞서 사슬을 끊어야 하네
아직은 숨 죽이며 고개 숙이는
못난 조상일지언정
저들의 칼날 아래서도 결코
비겁하지 않았음을 온몸으로 보여주어야 하네
참된 자유와 참된 평등의 그날까지
우리 가진 것 모두 버려야하지 않겠나
쉿!
저들이 오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