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출국하는 날
봄내 가물었던 땅 위로
초여름의 빗줄기가 달게 내리고
답답하던 가슴 위로 시원하게 내리던 날
매형은 김포공항의 국제선
출국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문을 넘어서며 반쯤 돌린 몸으로 인사하던
빙긋 웃던 그 웃음에
누나는 그만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애써 돌아서며 외면하고 말았다
훌쩍한 키에 깡마른 체구
검게 탄 얼굴과 약간 굽은 등의
삼십년 노동으로 삭아버린 육체
아직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서둘러 외국을 선택한 매형은
사랑하는 아내와 네 명의
자식들을 생각할 것이다
출국 전에 마셨던 한 잔의 소주가
매형의 쓰라린 심정을 얼마나
달래줄 수 있으랴
벌써 네 번이나 다녀온
햇수로 오년이 넘게 헤어져 살아온
누나의 애절한 마음을
무엇으로 달래줄 수 있으랴
지구의 반대쪽 아프리카
그 낯설고 물설은 이국의 땅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구슬 땀을 흘릴
매형의 핏기없는 얼굴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난다
삼십년의 노동으로도
가난의 때는 쉽게 벗어지지 않고
여윈 몸뚱아리만으로 살아왔던
매형과 누나의 젊었던 세월
그 오랜 궁핍의 시간을
참고 견디며 때로 절망하며
가난과 무지에 비참함으로 몸부림치며
이를 악물고 살아온 빈민촌 생활
그 고통의 나날들을 기억한다
매형은 한글로 제대로 읽고 쓸 줄도 모르고
누나도 국민학교를 겨우 마쳤다
부부의 생활이 쩔뚝거리고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을 때
나는 너무도 어렸었다
이제 스물이 넘은 딸을 둔
중년의 부부인 그들을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애정과
절절한 연민의 정을 함께 느낀다
나를 업어 키워주신 누나
사십 년을 한결같이 늙은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을 위해
남편과 네 명의 자식들을 돌보며
지극한 정성으로 살아오신 누나
나는 누나에게 할 말이 없다
매형의 웃음 뒤에 감추어진
이별의 쓰라린 아픔과
애써 외면하던 누나의 붉은 눈시울이
다시 기쁜 재회로 이루어지기를
깊은 사랑과 혈육의 정으로
다시는 아픈 이별 겪지 않기를
그리하여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애틋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매형이 출국하는 날 비 내리는 저녁에
간절한 마음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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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매형은 중동 건설 붐이 일때, 한국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중동으로 일하러 간 노동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고 서너 번을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그때 작고 허름한 집을 장만했고, 아이를 키웠으며 지금까지 일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형은 40년 넘게 건설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가난합니다. 육체노동자가 임금을 받아 돈을 모으고, 노인이 되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은 언제나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