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출근길
깊고 불길한 한숨으로
어둠은 대지 위에 안개처럼 휩싸이고
지축을 흔들며 거인의 가슴은 갈라진다
갈라지고 뒤집어지며
시뻘건 불기둥을 토해내는
척박한 땅 위로 구름은 낮게 가라앉고
가라앉는 땅 가라앉는 하늘
침몰하는 거인의 혼 위로 검은 독수리
칼날같은 깃털을 곧추세우며
제우스의 간에 부리를 박는다
김씨는 오늘도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미스박도 역시 3분이 연착된 전철을 기다린다
흔들리는 버스와 연착된 전철 속에서
수많은 김씨와 미스박은 발을 밟고 밟히며
등을 떠밀리고 떠밀며 미처 못말린 머리와
비듬 떨어지는 머리가 어우러져 하나가 된다
김치국물 흐르는 도시락 가방과
로션에 향수내음 진동하는 목덜미와
속살이 들여다보이는 짧은 치마와
자꾸만 더뎌지는 전철에 아침부터 신경은
소금에 절인 배추김치가 되고
늘어진 팔다리와 구겨진 옷자락으로
김씨와 미스박과 민주주의는 기분이 잡친다
돛대 부러진 배는 돌아오지 않는다
검은 강물 위로 부서진 파편이 되어 달이 떠다니는데
항구는 언제나 폐쇄된 채
녹슨 부두 위로 파도만 하얗게 까무라친다
오디세이는 돛대를 꺾어버렸다
바람이 몰고가는 깊고 깎아지른 협곡 사이로
외눈박이 거인의 침침한 눈길이 흔들리고
파도는 배를 허공에 띄운다
바다 속 깊이 서늘히 잠들어 있는
프로메테우스의 가슴에 칼자국
빗맞은 운명의 화살로 인간은 신을 저주한다
시지프스가 바위를 밀어올리듯
김씨는 오늘도 출근을 한다
잘못 매어진 넥타이와 땟국 절은 와이셔츠
미처 못깎은 수염을 달고
핏발 선 눈으로 출근을 한다
가라앉는 하늘 아래로 가라앉는 어깨
갈라지고 뒤집어지는 꿈을 꾸며
아직 돌아오지 않는 돗대 부러진 배를 기다린다
가슴을 짓밟고 올라서는 안하무인과 적반하장 속에서
돛대를 부러뜨린 오디세이와
피를 뿜듯 가슴을 열어놓은 거인의 거친 숨을 느끼며
김씨는 검은 바다를 생각한다
돌아가고픈 곳으로 돌아가게 하고
거칠고 더러운 욕설들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무엇보다 자유롭기를 원하는
김씨의 꿈은 오늘도 잘 닦인 구두 위에
진흙이 덮이듯 더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