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숲속의 아침
원시의 숲
천년을 뿌리내린 나무 사이로
빛나는 아침
이슬 투명한 잎새 눈부시고
맑은 지저귐 푸르름 속에
새들은 날아오른다 햇살 속으로
이끼 푸른 바위 아래 썩어
살아 있는 것들의 죽음이 썩은
흙속에서 피어오르는 풀잎
상큼한 안개내음으로 개화하는
원시의 아침
세월처럼 쌓여 있는 낙엽 사이로
문명의 발자국은 보이지 않고
늙은 멧돼지 한 마리
산책하듯 숲속을 거닌다
아아
창문으로 스미는 아침
소음으로 더럽혀진 공기가
자명종처럼 귓청을 울린다
낡은 지붕을 흔들며 지나가는 비행기와
방구들을 규칙적으로 울리는 기차
내 늑골은 레일의 받침목이 되어
함께 덜컹거린다
교회 종소리와 새마을 건전가요의
확성기 소리에 놀라 울렁거리는 아침
헐벗은 야산 위로 불쑥
벌겋게 떠오르는 태양 아래
수줍은 새벽의 은밀함은 사라지고
때묻은 골목과 숙취로 비틀거리는
거리가 하얗게 빛바랜다
잠 깨인 숲은
그러나 소란스럽지 않다
새들의 지저귐은 청아한 공기처럼 맑고
제각기 음을 고르는 연주자처럼 진지하다
낙엽을 헤치며 순박한 눈을 드는
껑충한 노루와 떠꺼머리 총각같은
곰이 굽은 등으로 성큼성큼 개울을 찾을 뿐
숲속의 짐승들은 고요하다
먹고 먹히는 죽음의 싸움 속에서도 결코
피비린내를 번지지 않게 하고
패한 자의 비명이 들리지 않게 한다
숲속의 추한 것들은 낙엽이 덮고
세월은 항상 새로운 것을 탄생시킨다
그리고
숲속의 아침에 눈이 내린다
아아
아침은 사람들을 버스종점으로 내몰고
조간신문의 잉크 냄새와
차들이 내뿜는 매연에 질식하게 한다
어제 마신 술로 머리는 지끈거리고
공복의 아침은 잘못 신은 양말처럼
불편하고 고통스럽다
아디론가 한 곳으로 몰려가는 아침
두고 온 수첩과 잊었던 치통이
만원버스 안에서 비뚤어진 넥타이를
고쳐맬 때 생각난다
아침마다 부딪치는 사람들이
오늘도 나를 당황하게 하고
그들에게 쫓기듯
나는 눈 내리는 숲으로 들어간다
빌딩은 숲처럼 울창하지만
새들이 지저귀지 않는다
신산한 도회의 거리에는
딱정벌레나 하늘소같은 차들이
포수의 총에 설맞은 짐승처럼
길길이 날뛰었고 으르렁거렸다
무절제한 언어와
무수한 함정과 충돌의 거리에서
나는 숲으로 가고 싶었다
이 도회에 눈이 나리고
소란과 흥분이 가라앉을 즈음
숲으로 향한 눈길을 따라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떠난 뒤
눈 녹으면 도회는
다시 아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