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왕십리에서
못다한 말 안타깝게
시계탑 밑에서 서성이다
가을 저녁 단풍같은 놀에 젖어
한강을 건넌다
만남은 언제나 마지막과 같은 것
가로수 잎지는 거리에서
싸늘한 대리석 화분 옆에서
자동차의 소음과 매연 속에서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아우성
그 생존의 절규 속에서
만남은 언제나 외로움
이즈러진 달빛 여울지는 강
소혹성의 점등사가 불을 밝히고
낯선 거리따라 사람은 간다
길마다 골목마다 그리움 가고
강 아래 검푸른 물결 오늘도
잊혀진 시간을 담고 굽이친다
강물에 어둠이 섞이고
그 위로 무심한 문명이 지나는데
돌아서는 발길에 가을이 채이고
두고 온 마음이 허허롭다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가고 오며
만나고 또 헤어지지만
만나면 그리움 일고 헤어지면 아픔
그 숙명의 고통 속에서
인간의 영혼은 너그러워지고
상처난 자리에 새살이 돋아
발 닿은 자리마다 체취가 남아
인연은 모질고도 슬픈 것
진지한 삶의 모습들과
격의 없는 농담과 웃음
그리고 아름다움의 발견
생활속에 빛나는 성실의 보석
사람들은 서로의 마음 속에서
사랑으로 반짝이는
거울을 보고 싶어하는가 보다
녹슨 자화상을 부끄럽게 닦아
살며시 보이고픈 사람이 있다면
이 강을 건너면서 새삼
가을이 내 어깨를 정겹게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