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창작시

by 백건우

파도

-갈매기의 노래


그 사람은 떠났습니다

무인도 그 침묵의 섬

한 조각의 햇살과 짭짤한 바람

일렁이며 부서져 흩어지는 파도와

끝없는 수평선 초록의 기다림을 남기고

가슴 넓은 사람은

선선한 눈매에 그리움 두고 떠났습니다

바람이 가끔 찾아와

그 사람의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나는 파도의 속삭임 속에서

새하얀 바다 신비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고동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갈매기의 목메인 울음소리 여울지는

석양의 수평선 핏빛 고독을 바라보며

눈매 선선한 그이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찾아오는건 언제나

끊임없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슬픔이었습니다

무인도에 밤이 오면

밤마다 그 청청한 감청색 짙은 어둠 위에

눈발처럼 선명한 별들이 녹아 있고

내 마음 그리움 조각조각 흩어져 있었습니다

금빛 모래밭에 낯선 발자국

파도에 지워지고 새로운 발자국 위로

갈매기 하나 눈물 떨구고 지나갔습니다

날마다 꿈속으로

그이의 넓은 가슴이 다가오고

수평선 너머 펄럭이는 돛에는

그이의 붉은 옷이 걸려 있었습니다

아른거리는 환상의 바다

그리움이 일렁이는 수평선 끝에

그이는 싱긋이 웃고 있었습니다

내 젖가슴은 자꾸 여위어가고

물거품따라 꿈도 스러져갔습니다

나는 파도가 쓸어가는

바위 틈에 누워, 보았습니다

망망한 바다 은빛 파편으로

비늘처럼 흐느적이며 떨어지는

피안의 세계를

그리고 그곳에 눈매 선선한

그이의 넓은 가슴이

바람 안은 돛처럼 팽팽하게

눈물겹게 서 있었습니다

꿈이었을까요

환상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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