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루스에게 생긴 일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루스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평화롭고, 혼자 살아가는 삶이 썩 나쁜 것도 아니다. 그녀는 마음도 여리고 착해서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 부당한 대접을 받아도 참고 넘기는 편이다. 루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악착같고, 사람들은 이기적이며 서로 깔아뭉개려고 용을 쓰는 이상하고 견디기 힘든 곳이다.
자기집 마당에 누군가 개똥을 버리고 가거나, 마트에서 새치기를 하거나, 물건을 떨어뜨리고 원래대로 줍지 않거나 하는 사소한 일(?)을 아무렇게나 저지르는 사람을 보면서 루스는 사람들의 무례하고 이기적인 태도에 질린다. 그런 어느날, 루스의 집에 도둑이 들어 그가 아끼던 노트북컴퓨터와 할머니가 주신 은식기세트를 훔쳐간다. 루스는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문단속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오히려 루스를 비난한다.
결국 경찰에게 도움을 받지 못하고, 포기하려던 때, 노트북의 위치 설정 기능이 있어서 루스의 핸드폰에 위치가 찍혔다. 루스는 다시 경찰에게 알리지만, 경찰은 수색영장이 없다면서 신고접수만 받겠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는 루스는 우연히 알게 된 이웃의 토키와 함께 노트북컴퓨터가 있는 집을 찾아가 자신의 노트북컴퓨터를 되찾는다. 게다가 이곳에서 장물애비의 고물상까지 알아내 그곳에 가서 다시 잃어버린 은식기도 찾는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았으니 결과가 좋았는데, 고물상에서 우연히 자기 물건을 훔쳐간 크리스라는 녀석을 발견하고, 그의 차를 추적해 크리스의 부모 집을 찾아간다.
영화는 평범하게 시작하는데, 뒤로 가면서 블랙코미디의 장면을 보여준다. 여리고 순진한 루스는 사건을 겪으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집을 가출해 마약을 하다 감옥에 간 크리스-그의 부모는 부자인데, 아버지가 아마 범죄조직에 있는 듯 하다-는 감옥에서 만난 전과자들과 어울리며 도둑질을 하다 루스의 집에 침입해 물건을 훔친 인연으로 결국 루스에게 한방 맞고 도망가다 버스에 치여죽는다.
크리스의 동료들은 루스를 납치해 크리스의 부모가 사는 집에 강도로 들어가는데, 여기에서 한바탕 비극적이면서 어처구니 없는 활극이 벌어진다.
루스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멜라니 린스키는 다른 영화에서도 본 기억이 있는데, 어떤 영화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소심하고 여린 여성이지만, 세상의 불의를 보고는 타협하지 않는 당당한 여성으로 바뀌는 인물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루스(멜라니 린스키)의 외모는 전형적인 미국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여성은 같은 백인이어도 유럽 여성과는 약간 다른 외모를 보이는데, 루스는(아마도 이 영화에서는 일부러 살을 조금 찌웠겠지만) 약간 살집이 있고, 키가 170 정도는 되며, 미인이지만 중성적인 외모를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작년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로는 꽤 훌륭한 완성도를 보인다. 주인공의 성격이 잘 드러나고, 연약한 여성이 홀로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장면을 블랙코미디로 보여주는데, 가볍지 않고, 너무 과하지도 않게 보여준다. 말하자면, 루스처럼 소심하고 연약한 사람을 잘못 건드리면, 다 죽는 수가 있다는 걸 경고하는 영화다.
출처:
http://marupress.tistory.com/2566
[知天命에 살림을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