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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Jul 21. 2019

[영화] 조이

[영화] 조이

조이는 나이지리아에서 유럽의 한 나라로 밀입국한다. 밀입국에 필요한 돈은 이미 빚으로 시작하고, 포주는 성매매로 돈을 벌어 갚으라고 말한다. 그렇게 수 많은 여성이 성매매를 강요당하며 포주의 노예가 되었다.

매일 일정 금액을 포주에게 상납하고, 조금씩 남은 돈을 모아 한 달에 한 번, 고향의 부모에게 돈을 보내는 조이와 그의 친구들은, '딸'이라는 존재에 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

조이에게는 몇 번의 좋은 기회가 다가온다. 우연히-성매매 상대였을 수도 있다-알게 된 중년 남성이 빚을 다 갚아주고 자기와 함께 살자는 제안을 한다. 하지만 조이는 고향의 아버지가 신장수술을 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은 뒤라, 돈을 더 많이 보내야 한다고, 자신은 부모와 가족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조이가 하는 말은 우리도 너무 많이 들어서 잘 아는 문장이다. 우리나라도 60년대 이후 농촌에서 도시로 유입되었던 수 많은 젊은 여성들이 노동자, 가정부, 술집 접대부로 일하며 번 돈을 고향의 부모와 동생-또는 오빠-을 위해 최소한의 생존비용을 제외하고 송금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에 다녀 온 포주는 조이의 오빠가 새 차를 타고 다닌다고, 동생이 유럽에서 돈을 많이 벌고 있다고 자랑하며 다닌다는 말을 듣는다. 그 말을 들은 조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지만 조이는 내색하지 않는다. 

조이는 어린 동료를 이탈리아까지 데리고 가는 일을 맡는다. 포주는 조이를 믿고 여권을 내주었고, 조이와 어린 동료는 충분히 다른 곳으로 도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어린 동료는 둘이 도망가자고 말하지만, 조이는 이제 빚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도망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조이는 마침내 포주에게 줄 돈을 모두 갚고 자유의 몸이 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불법체류자로 잡혀 나아지리아로 돌아간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포주 쪽에서 경찰에 밀고해 조이를 체포하도록 만든 것이 확실하다. 당시 조이는 경찰과 만나면서 포주의 불법 성매매를 단속하기 위해 조이의 증언을 듣고자 했던 때였다. 결국 돈도 벌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조이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돈이 종이조각으로 전락한 나라에서 환전상이 되어 거리를 배회한다. 그러다 다시 불법 출국을 도와주는 사람을 만나 유럽으로 밀입국 시켜달라는 부탁을 한다.

조이는 자기의 운명을 비관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조이는 맏딸로 보이는데, 자신이 부모와 형제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그 강한 책임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영화에서는 고향에서 주술사에게 세뇌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술사는 돈을 벌어 갚아야 한다고 말하고, 그러지 않으면 조이와 가족들까지 저주받을 거라는 말을 듣는다. 어리석은 조이는 그 말을 믿는다. 

조이가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갔다면 어땠을까. 유럽에 밀입국했더라도, 성매매를 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도망해 다른 일을 하며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나약한 개인이 구조의 틀에 갇히면 쉽게 다른 결정을 하기 어려운 건 분명하다. 가족이 여성(딸)을 착취하는 구조는 가부장 사회 이후 세계적 공통 현상이다. 딸은 매매혼으로 어린 나이에 팔려가거나(가버나움), 조이처럼 성매매 도구로 인신매매를 당한다. 심청이도 인신매매의 대상이었으며, 공장노동자, 가정부, 술집 접대부로 일하던 여성들은 모두 자신을 희생해 부모와 가족을 봉양했다. 

아들을 선호하고 딸을 홀대하는 사회구조는 가부장, 남성우월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가족'을 위해 여성(딸)의 희생을 강요하고, 착취를 당연하게 여긴 것은 그런 지배이념이 모두에게 내재화되었기 때문이다. 남성은 당연하게 지배이념과 동일한 존재이지만, 여성은 그 지배이념이 자신들을 옭죄고, 억압하고, 착취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탈출하지 못한다. 할머니가 딸과 며느리를 구박할 때, 남성의 시각으로 재단하는 것을 보면, 여성의 의식이 가부장 사회에서 어떻게 왜곡되는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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