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건우 Jul 30. 2019

LG전자, 세계1위

LG전자 형, 축하해. 가전분야 세계 1위라니! 내가 얼마나 오랜동안 형을 응원했는지 모를 거야. 형이 금성사 '골드스타'로 라디오 만들 때부터 내가 알아봤다니까. 형이 '별셋'이 한테 매일 얻어터지고, 구박을 당해도 나는 꿋꿋하게 형을 응원했다고. '별셋'이는 일본 기술 빌려오고, 박정희 빽으로 한창 잘 나갔지.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형이 '별셋'이 뺨을 후려 갈길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국내에서는 '별셋'이 한테 당하고, 외국에 나가면 쏘니를 비롯해 일본의 가전제품 회사들이 거대한 산맥처럼 늘어서 있고, 미제는 왜 또 그렇게 물건을 잘 만드는지, 형이 주눅 들어서 하마터면 가전분야를 포기할 뻔 했잖아. 


그래도 우리 민족이 또 끈기의 민족이잖아. 형이 그렇게 코피 흘리면서 처음에는 일본제품 베끼다가-괜찮아, 다들 그렇게 하잖아-어느새 일본 제품보다 뛰어난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잖아. 그게 90년대부터지. 


형,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전제품은 전부 형이 만든 것만 써왔어. 이건 진심이야. 내 주변에도 가전제품은 언제나 금성, 골드스타만 쓰라고 늘 말했어. 내가 형을 좋아하는건, '별셋'이가 양아치처럼 굴기 때문에, 형이 좀 안쓰러워서 그런 마음도 있었지. 그런데, 솔직히, 형이 만든 물건이 '별셋'보다 더 낫더라. 그건 내 주변 가족, 친척, 지인들도 다 인정해. 그러니까, 형이 코피 터져가면서 만든 물건이 상당히 훌륭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아서 쓰는 거라고.
세계 1위였던 미제 '월풀'을 앞섰으니, 이제 형은 국내에서는 '별셋'이 뺨을 후려치고, 일본 애들 소니, 미쯔비시, 도시바, 히다치 같은 애들도 무릎 꿇리고, 양코백이 월풀과 에디슨이 만든 제너럴 일렉트릭도 저만치 따돌렸잖아. 이건 정말 기분 좋은 사건이야.
형, 그런데, 나는 좀 불만이 있어. 내가 형이 만든 물건 쓴다고 했잖아. 내가 집을 짓고 가전제품은 전부 형이 만든 '금성사', '골드스타'로 들여놨거든. 그리고 16년이 되었는데, 왜 고장이 안 나는 거야? 고장이 나야 신제품을 살 거 아냐? 게다가 조금 문제가 있어서 서비스 신청을 하면, 기사님은 왜 그렇게 빨리 와서 후딱 고쳐주고, 왜 그렇게 친절하고 싸게 고쳐주는 거지? 뭐 고칠 것도 거의 없었지만, 우리집 냉장고, 김치냉장고, 세탁기, 식기건조기, 광파오븐...입 아프다...대체 왜? 고장이 안 나는 거야? 이렇게 튼튼하게 만들면 형은 물건을 더 많이 팔 수 없어서 가난해야 할텐데, 이상하게 왜 매출은 자꾸 늘어나고, 영업이익도 비례해서 막 늘어나는 걸까? 난 정말 신기해.
하여간 형, 구인회 아저씨가 '금성사'로 시작해서 오늘날 세계 1위의 최고 가전제품 회사가 된 건 형의 끊임없는 연구개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더 축하해. 아, 그런데, 형네 회사 홍보실 직원들은 좀 맞아야겠더라. 물건을 잘 만들어놓고 왜 홍보를 안 하지? 형네 제품 쓰는 우리같은 사람들이 물건 좋다고 막 떠들고 다니잖아. 홍보실은 제품이 좋은데도 오히려 감추느라 쉬쉬하던데? 그게 전략이라고? 와, 진심, 형네 홍보실 고단수네. 
형이 만든 제품을 쓰는 건, 세계 1위 제품을 쓰는 거잖아. 내가 괜히 기분이 좋고 자랑하고 싶어진다. 한국 1위가 세계 1위인 거잖아. 나 국뽕 싫은데, 형은 진짜 칭찬해. 
한 가지만 부탁할께. 형네 물건 만드는 노동자들 많잖아? 그리고 제품은 노동자의 손에서 나오는 거잖아? 기술개발, 디자인 전부 다. 그러니까 형네 회사 노동자들에게 월급도, 보너스도 좀 많이 주고, 돈 벌어서 이윤이 남으면 그 사람들 복지도 좀 신경 써주고 그러면 좋겠어. 그러면 나같은 사람들이 더 신나게 형이 만든 제품을 쓸 거야. 
형, 진심으로 세계 1위 축하해. 앞으로 쭉 세계 1위를 유지하도록 응원할께. 아, 노트북도 형이 만든 '그램'을 써. 나 잘했지?

매거진의 이전글 19금 토끼와 거북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