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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Oct 04. 2019

헐리우드식 농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

헐리우드식 농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


상영시간이 무려 2시간 40분이 넘는다. 그 긴 시간 동안 특별한 사건도 벌어지지 않고, 헐리우드의 영화계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영화의 모티프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내이자 배우 샤론 테이트의 살해사건이지만, 영화는 사실을 따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사실과 다른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안타까운 마음과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영화의 배경은 1969년, 주인공은 한물간 배우 릭 달튼과 그의 친구이자 대역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다. 두 사람은 친구로 지내며 새로운 영화의 배역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릭은 한때 잘 나가던 배우여서 베버리 힐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데, 우연이지만 바로 옆집에 로만 폴란스키 감독 부부가 이사온다.

60년말의 미국은 히피 문화가 유행하고, 베트남 반전운동도 활발했다. 이 시기에 이미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였던 찰스 맨슨은 히피들 집단으로 들어가 교주처럼 행세하기 시작하는데, 영화에서도 이 히피 집단이 생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 가운데 네 명이 찰스 맨슨의 명령에 따라 로만 폴란스키의 집에 침입해 그의 아내 샤론 테이트를 비롯해 여러 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데, 이 영화는 그 근처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는 플레이보이 맨션이 등장하고, 스티브 맥퀸이 등장하며, 부루스 리(이소룡)도 나온다. 무엇보다 끊이지 않고 나오는 그 시대의 음악이 훌륭하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에서 음악이 좋기로도 유명한데, 좋은 음악을 끊임없이 듣는 것만으로도 60년대 말의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다.

스토리만 따라가자면, 릭은 한물 간 연기자에서 완벽하게 훌륭한 연기자로 거듭나는 과정이 그려진다. 릭은 서부극에서 유명한 스타였다가 점차 내리막 길을 걷는데, 어렵게 따낸 배역에서 훌륭한 연기를 하고, 스스로 감격한다. 릭은 이탈리아에서 한창 유행하던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에 출연해 주머니가 두둑해져 돌아오는데, 그곳에서 이탈리아 여배우와 결혼해 함께 돌아온다.

클리프는 스턴트 역할의 배역을 얻지 못해 백수로 지내는 나날이 많은데, 그는 우연히 히치하이킹을 하는 어린 여자를 태워주고, 자신이 아는 농장에 히피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곳에서 작은 에피소드가 발생하고, 그날 저녁, 술에 취해 집에 돌아온 릭이 레모네이드를 만들다 사유지를 침입한 히피들을 내쫓고, 릭이 유명한 배우라는 걸 알아본 히피들이 그를 살해하려고 침입했을 때, 집안에는 클리프가 있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멋진 장면이다. 한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가 침입하고, 격투가 벌어진다. 히피의 최후는 매우 끔찍한데, 이것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의도가 분명한 것으로,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와 친구들을 죽인 히피들에 대한 상징적 복수를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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