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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Jul 01. 2020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국체조협회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체조협회 담당 의사인 래리 내서와 체조협회장 스티브 페니가 저지른 성폭행, 성학대, 성추행과 그 사건을 은폐하려는 악의적 시도를 이 영화는 선수들의 인터뷰와 과거 영상을 바탕으로 천천히 풀어나간다.

이미 1997년부터 어린 여자 체조선수들이 래리 내서의 성폭행을 신고했지만, 이 사건들을 은폐한 것은 미국체조협회장 스티브 페니였다. 래리 내서는 20년 넘게 미국체조협회 담당 의사로 일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미시간대학병원에서도 일하고 있었다. 내서는 미국체조협회의 담당 의사를 '자원봉사'로 일했다는데, 그 기간이 무려 29년이었다. 더구나 보수도 받지 않고 그렇게 오랜동안 자원봉사를 했다는 것도 의문이다. 거의 전담이라고 할만큼 오랜 시간을 체조협회 선수들의 건강을 전담했다는 것도 의문이다.

이 사건은 처음 미시간의 지역 언론에서 다루기 시작했고, 언론에서 기사를 내자마자 곧바로 수 십, 수백 명의 피해자들이 언론사로 제보하기 시작했다.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미국체조협회에서 그들의 뒷조사를 해 피해자를 비난하는 증거를 찾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도 피해자를 비난하는 글이 많았는데, 진실이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체조협회가 사실을 은폐하고, 내서를 보호하려는 악의적 행동을 지속하고 있었음이 나중에 드러난다.

실명을 밝히며 성폭행 피해자가 내서를 고발하면서, 사건은 보다 구체적인 사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심지어 FBI도 잘 알고 있었지만, 정작 내서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 어떤 권력이 내서와 미국체조협회장을 보호하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지역 언론 '인디 스타'에서는 미국체조협회가 내서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후속 보도를 기사에 실었다. 내서의 성폭행, 성학대, 성추행 혐의가 드러나면서 내서는 미시간주립대병원에서 해고당하고, 미국체조협회에서 '은퇴' 형식으로 도망가려 했지만, 피해자들의 고소로 꼼짝 못하게 된다.

미시간 주립대 경찰서는 내서의 집을 수색해 증거자료를 찾아냈는데, 하드디스크에는 그가 아동포르노 성애자라는 증거자료가 나왔고, 역시 그가 저지른 성폭행, 성추행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내서의 뒤에는 미국체조협회, 협회장 스티브 페니, 미시간주립대학 등 강력한 권력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미국체조협회 선수였던 어린 여성을 성폭행, 성학대, 성추행한 범죄자들이었다. 생존자 125명은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 내서와 스티브 페니, 미시간주립대학을 고발했다. 

'인디 스타'(인디애나폴리스 스타'는 내서가 체포된 이후 미국체조협회를 대상으로 집중 취재하고, 미국체조협회장 스티브 페니는 청문회장에 나와 답변을 거부한다. 이 스티브 페니라는 자는 미국체조협회에 마케팅 업무로 취업한 이후, 체조선수를 마케팅 대상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면서 결국 체조협회장이 된 인물이다. 결국 스티브 페리는 내서와의 사건 은폐 관련 혐의로 체포된다. 페니는 2015년에 이미 내서의 성폭행, 성학대, 성추행을 알고 있었으나 계속 은폐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자만 500명이 넘는 이 사건은 내서 한 사람만 체포된 상태지만, 현재 전미체조협회, 미국올림픽위원회, FBI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되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악랄한 성범죄자들에 의해 심각한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생존자가 되어 진실을 드러내게 한 사건은 우리 한국사회에도 큰 울림을 준다. 반면교사로, 우리 사회는 어떤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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