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명품
Robin Wood - 목기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낙오자'라고 부른다. 자본주의의 다른 말은 '경쟁'과 '대량생산'이다.
따라서 경쟁하지 않고, 소량으로 생산하며, 가내수공업으로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은 '반자본주의적'인 사람들이다. 앞에 소개한 '존 니먼 툴'과 같은 장인의 정신으로 나무를 깎는 사람이 있다.
이미 30년 전부터 오로지 간단한 작업도구만으로 나무를 깎아 그릇을 만드는 로빈은 영국 시골에서 목공방을 하는 사람인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분이 가끔 계시는 것처럼, 자신의 철학을 고집하는 소수의 장인이다.
물론 이런 장인들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물건도 팔아야 하고, 홍보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나 목적보다는, 오히려 자본주의 방식으로 살지 않아도 굶어죽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반자본 행위에 더 가깝지 않을까.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게도 소량 생산을 한다는 뜻이다. 전통 방식과 대량 생산은 말 그대로 '모순'이다. 로빈 우드에서 생산하는 목기는 질 좋은 나무를 손으로 깎아 만든 것으로, 모양도 모두 조금씩 다르고, 질박한 느낌 그대로다.
이런 장인이 한 명 있으면, 그 주위로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들기 마련이고, 그것이 하나의 작은 문화를 만들게 된다. 우리에게도 이런 장인들과 전통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