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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Sep 29. 2015

샘이깊은물 - 잡지

생활명품

샘이깊은물 - 잡지

<뿌리깊은 나무>가 70년대의 명품 잡지였다면, <샘이깊은물>은 80년대에서 2000년까지-정확히는 1984년 11월부터 2001년 11월까지-무려 18년 동안 품격 있는 문화 잡지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샘이깊은물'은 창간호에서 '샘이깊은물 글꼴'을 공개했는데, 이는 오늘날 '샘물체'의 기본이 된 글꼴이다. 발행인 한창기는 창간사에서 80년에 폐간된 '뿌리깊은 나무'의 정신을 이어받되, '뿌리깊은 나무'가 넓게 세상을 바라본 것이라면, '샘이깊은물'은 깊게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뿌리깊은 나무'가 폐간당하고 약 4년의 기간 동안, <한국의 발견>을 비롯해 중요한 저작물을 만들었고, '샘이깊은물'은 창간호부터 아트지에 컬러면을 많이 넣었다. 
또한 '뿌리깊은 나무'가 문화 잡지로 어느 정도는 남성 독자들을 염두에 두었다면, '샘이깊은물'은 보다 여성적인 방향으로 기운 것도 인정했다. 그것은 '샘이깊은물'이 가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정의 중심이 여성이 이 잡지를 많이 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뿌리깊은 나무'는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강제로 폐간당했으나 '샘이깊은물'은 자본주의의 물결과 흐름에 떠밀려 사라지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사람들이 '샘이깊은물'을 외면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샘이깊은물'과 같은 속깊은 우리 문화를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로지 돈과 출세와 경쟁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세상이 되면서, 교양, 염치, 예의, 문화, 전통, 소박함, 따뜻함, 아름다움과 같은 가치들이 떠밀렸기 때문일 것이다.
'샘이깊은물'의 폐간은 곧 우리 시대의 교양과 문화가 사라지고 있음을 알리는 조종이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나무'나 '샘이깊은물'과 같은 점잖은 잡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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