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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Aug 01. 2020

강철비2 : 정상회담

강철비2 : 정상회담


우선, 이 영화는 재미있다. '강철비'(1편)도 매우 재미있게 봤지만, 2편인 이 영화도 1편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재미있게 봤다. 


영화에서 의외로 잠수함 관련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잠수함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의 U보트가 대표적이고, 크림슨 타이드, 헌터 킬러, U-571, 특전 U보트 등이 있는데, 최근에 본 '그레이하운드'는 독일 잠수함이 등장하지만 구축함 위주의 해전 영화여서 이 영화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북한의 핵잠수한 백두호는 가상의 잠수함으로, 잠수함에 핵탄두를 장착해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지금까지 나온 핵잠수함 가운데 가장 진화한 것으로, 미국과 러시아만 가지고 있는 기술을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

잠수함에서의 액션은 남북한과 주위 강대국들의 갈등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면으로, 중국과 북한의 생존을 대리하는 박진우 호위총국장(곽도원)과 지도자 조선사 국무위원장, 한경재 대통령, 스무트 미국대통령이 각각 자기 나라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

이렇게 사회성 짙은 영화는 별개의 메타포를 만들지 않아도, 서로의 복잡한 관계만으로 충분히 갈등과 복선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정치적 정세는 각 나라의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남북한 갈등과 평화, 통일의 과제를 앞에 두고 북한의 국무위원장과 한국의 대통령은 다른 누구보다 정신적 긴장도가 높은 것이 분명하다.

정치, 외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한국의 현재 상황과 비교해서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북미 평화협정은 과연 가능할까, 휴전협정에서 종전협정은 가능할까. 일본이 한국에 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중국과 일본이 각기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 협잡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 국제 정세라는 건 오로지 자국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므로, 여기에 인간적 감정을 이입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남과 북은 처음부터 하나의 민족이라는 특별한 관계여서, 다른 나라들과 이기적 계산을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남과 북은 하나의 운명공동체라는 게 특별한 무게로 다가온다.

'강철비'에서도 북한 군부의 쿠데타로 사건이 시작하듯, 이 영화에서도 북한 군부 강경파의 쿠데타로 영화가 진행한다. 세 명의 지도자가 인질로 납치된다는 상황은 이야기의 전개에서,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간 다음,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관객의 집중을 높이는 전개 방식이다. 

밀폐된 공간은 시선을 집중할 수 있고, 이야기를 응축하는 효과가 있는데, 잠수함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좁은 공간이기 때문에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바다 속에서 일어나는 잠수함끼리의 전투도 마찬가지다. 서로 보이지 않는 상대를 소리로 탐지하고, 어뢰를 발사하거나, 발사한 어뢰를 기만해 유도 폭발하는 방식은 정중동, 고요하지만 격렬한 침묵 속의 전쟁을 잘 보여준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일본은 호시탐탐 한국을 침략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사람이라면, 일본의 전쟁야욕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일본에 대해 복수를 하고픈 마음은 남북한이 같을 것이고, 국제정세가 급격하게 경색되면, 일본은 당연히 우리의 적이 되고, 일본과 동맹을 맺는 나라 역시 한국의 적이 된다.

영화에서처럼, 미국이 일본과의 동맹을 끊고 남북한의 동맹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나가도록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딱 한 가지 시나리오는,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제, 정치, 외교, 문화의 수준이 2000년 이후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한국의 위상이 일본을 능가하기 시작하면, 미국이 동아시아 동맹 파트너를 일본이 아닌, 한국을 중심으로 하고, 일본을 두번째 파트너 또는 그 이하의 파트너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세계에서 오로지 미국만을 등에 업어야 하는 운명을 갖고 있다. 일본은 독자적으로 군사행동을 할 수 없으며,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순간, 주변국-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의 집중포화를 맞게 될 운명이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려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그리 쉽게 따라잡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굴기와 일대일로를 모토한 중국의 국가주의는 미국만큼이나 위험하다. 따라서 중국을 견재하기 위해 미국은 러시아와 연합할 수 있으며, 한국을 완충재로 활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복잡한 주변 정세 속에서, 한국은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어야 하고, 경제를 성장, 발전시켜야 하며, 외교를 통해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누그러뜨려야 하는 절대 명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분명 힘겨운 상대와 겨뤄야 하는 외로운 처지지만, 오히려 한국의 위상이 주변국을 지휘할 수 있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고, 우리의 역량이 커지면,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지극히 한국의 정치 상황을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영화는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객관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문화, 예술적 시도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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