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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Jun 09. 2021

연민과 공감 그리고 정의

연민과 공감 그리고 정의


현대판 '낙양의 종이값을 올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조국의 시간]이 현재 판매 20만부, 인쇄 30만부를 넘어섰는데, 책을 주문하고 받아보지 못한 분이 많아서 실질 판매부수는 오늘까지 이미 30만부가 넘은 것으로 보인다. (고일석 기자의 글 참조)

출판사는 종이 구하랴, 인쇄소 확보하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고, 나는 예약판매를 구입했음에도 1판2쇄를 받았고, 어제 다시 추가 구입한 책은 1판 23쇄였다. 불과 열흘도 안 되어 23쇄였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쇄를 찍어내고 있으니 신기록을 쓰고 있다.

출판사(라고 하지만 사실은 대표인 김언호 선생)는 이럴줄 몰랐다고 말하지만, 조금 쓴소리를 한다면, 이럴줄 몰랐다면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지금의 현상과 기류를 올바로 읽지 못했다는 것이고, 촛불시민의 뜨거운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니 좀 서운하고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출판사의 이런 부족한 대응이 오히려 [조국의 시간]에 대한 관심을 증폭하고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으니 오히려 좋은 결과가 되었다. 인터넷에서도 [조국의 시간]을 한꺼번에 주문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책이 초기에 많이 팔리고 관심이 줄어들기 보다는, 꾸준히 판매되어 베스트셀러는 물론, 스터디셀러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적들'은 [조국의 시간]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자 온갖 시비와 더러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조국의 시간]을 비난, 조롱하는 것은 결국 조국 전 장관을 향한 것이므로, 이들의 비난, 조롱, 폄훼 같은 것들은 이미 짐작했던 바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대붕'이 등장한다. 대붕의 한쪽 날개만으로도 바다를 가릴 정도로 크고,  온힘을 다해 남쪽 바다로 날아간다고 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조국 전 장관을 두고 벌어지는 '멸문지화'의 능욕은 '대붕'을 잡으려는 잡새떼의 공격으로 볼 수 있다.

사냥꾼 '검찰새'는 온갖 무기로 조국 전 장관과 가족을 공격했다. 그것들이 사용한 무기는 비유하자면 화살, 창, 도끼, 칼 같은 것들이고, 이것을 마구잡이로 휘둘러 대붕의 날개를 찢으려 했다. 여기에 '기자새'들이 가세해, 한꺼번에 수십, 수백, 수천개의 펜촉을 날리는 공격으로 무려 100만 개의 펜촉을 날려 대붕의 날개를 꺾으려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야당새'들은 '검찰새', '기자새'와 내통하면서 대붕이 가는 길을 알려주고, 곳곳에 함정을 파두었다.

그렇게 '적들'의 공격을 받은 대붕은 피를 흘리며, 날개가 꺾일 수도 있는 절망의 순간도 있었으나, 그들보다 더 많은 촛불이 바다로 향하는 길에 빛을 밝히며 대붕을 응원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대붕은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촛불의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적들'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적들'은 악랄하고, 저열하며, 천박하고, 야비하다. 그들의 심성은 일찍이 비뚤어졌고, 오로지 세속의 돈과 권력을 탐하느라 눈이 멀었다. 그들은 시궁창에서 살며, 썩은 음식을 먹고, 죽은 쥐와 오물덩어리 사이에서 잠을 잔다. 그들은 벌거벗은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서로를 죽이고, 폭행하고, 가진 것을 빼앗고, 뒤돌아서면 뒤통수를 때린다.

'적들'은 대붕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고귀하고, 깨끗한 대붕이 하늘을 날아가는 순간, 시궁창에 사는 자신들의 모습이 더욱 초라하고, 더럽게 보이며, 참을 수 없이 비참하고, 스스로가 한심해 보이기 때문이다.

온갖 더러운 오물 사이에 사느라 질병에 시달리고, 기괴하게 변형된 '적들'은 반듯하고 깨끗한 '사람'을 보는 것이 비참하다. '검찰새'는 권력을 가졌지만 스스로 만족할 줄 모르고, '기자새'는 사실을 밝혀야 하지만 돈을 좇느라 눈이 멀고, '야당새'는 오래 전부터 사악한 집단에서 나온 것들이라 근본이 더럽고 야비하고 타락한 존재들이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권력도, 돈도 없었지만, 오로지 깨끗한 마음, 하늘을 날아오르는 대붕의 뜻에 공감하는 마음, '적들'에게 공격당하는 대붕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연민의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촛불 하나는 약하지만, 수만, 수십만, 수백만의 촛불은 어두운 밤을 밝히고, '적들'의 공격도 막아낼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그런 촛불시민들이 [조국의 시간]을 구입하면서 '낙양의 종이값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조국의 시간] 한 권은 하나의 촛불이다. [조국의 시간]을 구입하는 것은 한 조각의 정의를 만드는 것이다. 한 조각, 한 조각의 정의가 모여 정의로운 탑이 되고, 그 탑은 거대한 촛불처럼 불길이 타오르며 '적들'을 물리칠 것이다.

우리가 구입하는 한 권의 [조국의 시간]은 단지 책 한 권이 아니라, 한국현대사에서 '적폐', '적의 무리'를 짓밟아 올바른 정의를 세우는 과정이다. 책은 조국 교수가 썼으나, 역사를 만드는 것은 촛불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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