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 선생님

by maru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라는 말이 있다.

하루일과에도 꼭 자유놀이 시간이 있어야 하며,

바깥놀이나 강당놀이 같이 대근육을 사용한 놀이시간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나도 누가 나한테,

'야! 마루, 너! 무조건 하루에 두시간은 놀아야돼! 이시간에는 꼭 놀아!' 라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아이들의 놀이시간 마저 부러운 마루였다.

마루도 노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울정도로 주변에서 인정하는 뽀로로였다.

노는게 제일 좋은!


어른들은 흉내도 낼 수도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뛰어놀아야 하는 아이들이지만,

사실 새학기에 들어서 바깥놀이를 한번도 나가지 못한 도담반이었다.

새학기가 시작되고부터 쭉 날씨가 좋지 않았다.

3월 중순인데 뜬금 없이 눈이 오기도 했고, 날씨가 풀리나- 싶으면

최근 잠잠했던 미세먼지가 기승이었다.


교실 앞쪽 교사책상에는 아침마다 아이들이 꺼내어 놓은 약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17명 중 7~8명은 약을 달고 사는 것 같았다.

점심식사를 마치면 마루 앞에 마치 어미가 먹이를 주기를 기다리는 아기새들처럼

길게 늘어서 있는 아이들에게 약을 먹는게 일과 중 하나가 될 정도였다.

아무리 노는게 중요하다지만, 이럴 때 까지 바깥놀이를 고집할 수는 없었다.


약을 달고 사는 아이들에,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흐린 날씨까지-

길고 긴 안좋은 날들이 지나고 마침내 몇일 전, 날씨가 막 풀리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기온이 오르고 아이들의 옷이 얇아지기 시작하자 마루는 결심하듯 아이들과 약속을 했다.


"내일은 우리 바깥놀이터 나가서 놀자!!!"


"와아아아아아!!!!!!!"


순식간에 교실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그순간 만큼은 아이들에게 있어 마루가 곧 아이브였고 신이였으며, 빛이었다.

아이들은 내일 있을 바깥놀이를 벌써부터 온몸으로 기대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오늘. 도담반 교실.

몇일 전의 환호성은 아이들의 민원으로 변해 있었다.


"선생님 거짓말쟁이"


아이들은 잔뜩 실망한 얼굴이었고, 그 얼굴을 마주한 마루는

무거운 마음으로 사과를 해야만 했다.


"미안해 얘들아..."


마루는 핸드폰을 켜서 아이들에게 '미세먼지 나쁨' 이라는 주황색이 선명하게 뜬 어플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했지만, 아이들의 원성과 아쉬운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몇일 전 바깥에 나가 놀자고 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기온은 올랐지만 미세먼지가 문제였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미세먼지때문에 바깥에 나갈 수 가 없었다.


사실 아이들에게 미세먼지쯤은 문제가 아니었다.

미세먼지가 몸에 얼마나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미세먼지가 나쁜 날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무리 안전교육을 한다고 한들, 나가고싶은 본능을 학습된 머리가 이길 수는 없었다.

코로나시대에 태어나, 숨쉬는 법을 마스크와 함께 배운 아이들은


"선샘미. 마스크 쓰고 나가면 되잖아요"


라며, 고작 마스크 한장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듯이 말했지만

이런날 바깥에 나가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약속을 했던 다음날, 지켜지지 못한 약속에 대한 기대가 아쉬움으로 바뀌었고,

그 다음날은 아쉬움이 분노로 변했으며, 그 다음날은 분노가 체념으로 이어지면서

이제 이 모든 화살과 원망은 마루에게로 향했다.


아이들 앞에서는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한다.

만고의 진리였다.

항상 명심하고 있던 명언을 깜빡한 마루의 실수였다.


때로, 지키지 못한 약속은 거짓말이 되기도 하는 법이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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