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당한 게임

여러분의 '그곳'은 무엇인가요?

by maru

"선생님의 '그곳'은 어디인가요?"


교사 연수를 듣던 중 마루가 들은 질문이었다.

대사가 없는 동화책을 소개하던 강사가 던진 질문이었다.

가장 힘들때,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을 때, 우울할 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장소.


"꼭 장소가 아니어도 좋아요.

나같은 경우에는 나의 '그곳'은 차은우에요.

힘든일이 있어도 차은우 얼굴만 보면 힘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남편, 아이들이 다 잠들고 난 늦은새벽에 주방에서 혼자 따는 맥주.

그게 나만의 '그곳' 이에요. 선생님의 '그곳'은 무엇인가요?"


마루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다행히 마루는 좋아하는게 참 많았다.

책읽는 것, 비오는 날, 봤던 영화 또보기, 커피 한잔의 여유-


일상 사이사이에 책갈피처럼 좋아하는 것들을 꽂아놓고,

필요할 때 꺼내어 볼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건 짝꿍과 함께 보는 축구경기였다.




"아, 이번 경기 꼭 이겼어야 했는데!"


"그러니까. 진짜 오늘은 이길줄 알았는데."


"맞다. 경기 하이라이트 올라왔겠다. 같이볼래?"


불과 두시간전까지만 해도 축구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고 이제 막 집에 도착한 참이었다.

이길줄 알았던 경기는 처참하게 져버렸고, 한참을 선수들이며 심판 흉을 보며 집에 온 마루와 짝꿍이었다.


"오늘 진 경기를 굳이 또 보자고?"


"이긴 경기든, 진 경기든 복기를 해봐야지"


"아니, 전력 분석가도 아니면서 그렇게까지..."


마루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짝꿍은 이미 OTT를 틀어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두시간 짜리 경기를 30분으로 요약해 놓은 경기였다.


"아! 까비! 거기서 그걸 그렇게 차면 어떻게 하냐...

와, 저기서 수비를 저렇게 한다고???

아니, 저기 비어 있는거 안보여? 반대편으로 줘야지!"


짝꿍은 이미 경기장까지 직접 가서 보고 온 경기를,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경기를,

심지어 져버린 경기를 복기하며 마치 처음 보는 경기인 것 마냥 안타까워 하고 아쉬워 하고 있었다.


"여보. 아니, 결과를 이미 아는 경기인데 뭘 그렇게 응원을해?

심지어 직접가서 보고 온 경기인데?"


"그래도. 결과를 알아도 응원은 할 수 있잖아"


"이미 진걸 알고 있는데 응원이 돼?"


"결과랑은 상관 없어. 그냥 순간순간을 응원 하는거지.

골을 넣을 수 있던 순간을 아쉬워 하고, 그럼에도 다시 뛰는 선수들을 응원 하는 거야."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았다.

꼭 이겨야만 응원할 수 있는건 아니었다.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를 보면 한시즌 내내 수많은 승리와 수많은 패배를 반복한다.

승패와 상관없이 그럼에도 좋아하는 팀을 응원 하는 것.

놓친 찬스를 아쉬워 하고, 잡은 기회를 기뻐해 주는것.

져도 힘내라고, 다음에는 이길 수 있다고 응원해 주는 것.


지금의 마루에게도 필요한 일 같았다.




"요즘 저의 '그곳'은 축구에요. 그것도 짝꿍이랑 같이 보는 축구요.

월요일부터 금요일이 힘들어도 축구가 있는 토요일 덕분에 버텨요.

지든, 이기든 상관없이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는 마음이 저한테도 필요한 것 같거든요"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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