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1시 땡-
수업을 마치자 마자 지현이 먼저 들어가보겠다는 인사와 함께 퇴근을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윤하가 방금 지현이 사라진 문을 보며 말했다.
"이래서 공무원이 좋다는 건가. 역시 철밥통"
"에이, 조퇴하나로 무슨 철밥통까지 나와요. 그거 비하하는 말 아니에요?"
"쌤, 눈치안보고 언제든지 일찍 갈 수 있는게 얼마나 복받은건데요.
언제든지 필요할때 자기 복무 사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부러워하는 사람들 많다고요."
선생님들 사이에 작고 사소한 언쟁이 오갔다.
[철밥통]
흔히 공무원들을 비하할 때 쓰는 말.
하지만 마루는 그 말을 썩 싫어하지 않았다.
'밥통이 튼튼하면 좋은거지 뭐'
밥통 튼튼하다는 말을 왜 싫어하는지 의문인 마루였다.
게다가 밥통은 무엇으로 지어졌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무엇이 들어있는지,
어떤 음식이 담겨져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 아니던가?
"우리 밥통이 철로 만들어지면 뭐해요. 안이 텅텅 비어있는데...알잖아요 우리월급."
마루는 괜히 슬쩍 한마디 보태며 분위기를 소강시켜보려 했다.
"문제는 밥통에 뭘 담을 수 있는지라고요"
"이건 내꺼야!!"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마루는 얼른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디.
마루의 시선이 도착한 곳에서 덩치가 유난히 작은 태민이와 덩치가 유난히 큰 영우가 엉켜있었다.
태민는 자신의 장난감을 빼앗으려는 영우를 등지고 가슴으로 더 꼬옥 장난감을 품으며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 말라고!! 뺏지 마!"
"내놔!! 나도 그거 필요하단 말이야!"
영우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태민이 뒤에서 우악스럽게 태민이를 끌어안고 소리지르고 있었다.
이구역의 쌈닭.
영우는 역시나 오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친구와 다투고 있었다.
하루라도 친구와 싸우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는 영우였다.
"!!!!"
놀란 마루는 얼른 둘에게 달려가서 사이를 갈라놓았다.
아웅대느라 체력이 많이 필요했던지, 둘다 씩씩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태민이는 여전히 가슴에 장난감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었고,
영우는 매의 눈으로 태민이가 품고 있는 장난감을 노려보고 있었다.
"무슨일이야?!"
쓸데 없는 질문이었다.
안봐도 뻔했다.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지만, 아이들의 입으로 직접 들어야겠기에 뻔한 질문을 했다.
"선생님. 영우가 자꾸 내 장난감 뺏으려고 해요."
태민이가 울먹거리며 말했고, 뒤이어
"나도 저거 필요하단 말이에요!"
날선 목소리로 영우가 이어서 말했다.
"하..."
두 아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루의 입술 사이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쯤되면 영우한테 친구란 같이 노는 사람이 아니라, 싸움이 필요할 때 찾는 존재인가?'
자신도 모르게 비어져 나온 한숨과 함께 베베 꼬인 생각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친구에게 자꾸 싸움을 거는 영우를 어떻게 해야할까-
화를 내야할까? 그러면 영우가 알아 들을까?
같이 못 놀게 떼어놓을까? 그러면 다음에는 안그럴까?
두 아이를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던 마루는 시선을 거두어 주변으로 돌렸다.
시선을 옮긴 마루는 태민이와 영우가 놀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둘의 자리에는 숫자가 자석 로보트로 변하는 장난감들이 흩어져 있었다.
영우가 앉아있던 자리에 대여섯개의 장난감이 보였고,
태민이가 앉아있던 자리에는 하나도 없었다.
코난으로 빙의한 마루는 눈을 얇게 뜨고 둘이 앉아있던 자리와
영우, 태민이의 상태를 종합해 이 사태를 파악해 보았다.
이미 대여섯개나 가지고 있던 영우가 하나밖에 없는 태민이의 유일한 장난감을,
그마저 빼앗으려다가 싸움이 난 것 같았다.
마루는 말 없이, 그리고 천천히 영우와 태민이의 손을 잡고 둘이 놀고있던 자리로 갔다.
마루는 말없이 손가락을 들어 영우가 가지고 있던 장난감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하나씩 세어보기 시작했다.
"하나"
"?"
"둘"
영우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마루를 바라보았다.
마루는 멈추지 않고 계속 세어나갔다.
"셋. 넷. 다섯"
"?"
"다섯개야. 영우야"
영우의 눈을 보며 마루는 말을 이어나갔다.
"영우가 가지고 있던 장난감은 다섯개라고."
마루는 말을 잇기 전 다시 손가락을 들어 태민이가 가슴에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는
장난감을 가리켰다.
"한개"
태민이는 마루의 말을 듣고는 더욱 세게 장난감을 끌어안았다.
"태민이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은 한개"
영우와 태민이는 마루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영우야.
영우는 다섯개나 가지고 있는데-
태민이가 딱! 하나 가지고 있는 장난감 마저 영우가 가지고 가야 되겠어?"
그제서야 영우는 자신에게 있던 다섯개의 장난감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태민이가 딱 하나 가지고 있던 장난감 마저 영우가 가지고 가서 여섯개를 만들면?
장난감이 없어진 태민이가 영우랑 놀지 않으면?
친구는 없고 장난감만 여섯개가 되면?
영우는 행복하고 좋을까?"
영우도 태민이도 아무말이 없었다.
평소라면 꼬박꼬박 말꼬투리를 잡거나 말대꾸를 하며 마루의 속을 뒤집어 놓았을 영우도
조용히 차분하게 말하는 마루의 분위기를 읽었는지 조용히 손가락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영우야.
자꾸 남이 가지고 있는걸 보지 말고 너가 가지고 있는걸 봐."
영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캬- 내가 한말이지만 멋있었다! 역시!'
수업을 마치고 연수실로 돌아온 마루는 교실에서 영우와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 수업을 막 마치고 돌아온 지현이 자리를 정리할 틈도 없이 문을 나섰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래서 공무원이 좋다는 건가. 역시 철밥통"
"에이, 조퇴하나로 무슨 철밥통까지 나와요. 그거 비하하는 말 아니에요?"
"쌤, 눈치안보고 언제든지 일찍 갈 수 있는게 얼마나 복받은건데요.
언제든지 필요할때 자기 복무 사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부러워하는 사람들 많다고요."
"우리 밥통이 철로 만들어지면 뭐해요. 안이 텅텅 비어있는데...알잖아요 우리월급.
문제는 밥통에 뭘 담을 수 있는지라고요"
교실에서 아이들과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자신에게 취해갈 때쯤- 불거진
때아닌 밥통논란을 마무리 지어보려는 마루였다.
그리고 마루는 거기에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보탰다.
"더 중요한건, 남의 밥그릇이 아니라 내 밥그릇을 끌어안는 것 아닐까요?
남의 밥그릇이 뭘로 만들어 졌는지,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 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