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우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등원하자마자 영우와 싸웠던게 아직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이거 색종로 내가 슈퍼카 접었다?!"
"너가 접은거 아니잖아!"
어제 집에서 형이 알려준대로 배워서 처음으로 접어본 슈퍼카였다.
반듯하게 접지는 못했어도 제법 어려운 부분을 성공해낸 첫 슈퍼카였는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자마자 영우가 보인 반응이었다.
"내가 접은거 맞거든!"
"거짓말 하지마!"
결국 언성이 높아졌고, 마루가 승우와 영우에게 다가왔다.
마루는 둘을 떼어놓았고,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된 승우는 영우에게 내키지 않는
사과를 받은 후에도 억울한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왜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하는거야?! 형이 도와주긴 했지만 내가 접은게 맞는데!'
본것도 아니면서-
열심히 노력한 승우의 노력을 한순간에 말 한마디로 무너뜨린 영우가 너무 미웠다.
친구들에게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은 기분도 영 좋지 않았다.
간식도 먹고싶지 않았고, 장난감도 재미있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는 실내 놀이터에 왔는데도 미끄럼틀이며 트램펄린이며 타고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때, 구석에 앉아있는 승우를 발견하고 마루가 다가왔다.
"승우야 무슨일 있어?"
"..."
"혹시 아까 영우랑 싸웠던 것 때문에 그래?"
"..."
마루는 잠시 승우의 표정을 살피며 반응을 관찰했다.
쭈그리고 앉아 무릎을 끌어안은 승우의 옆에 함께 앉았다.
그리고 가만히 어깨를 감싸주었다.
"그런데 승우야. 지난주부터 그렇게 오고싶어 했던데잖아.
승우가 제일 좋아하는 실내놀이터인데??
실내놀이터는 다른 반하고 같이 쓰는 곳이기 때문에,
오늘 아니면 다음주나 되어야 또 올 수있어."
승우는 마루의 말을 듣고도 끌어 안고 있는 무릎 속으로 고개를 더 파묻었다.
10시 20분 부터 11시까지.
마루네 반이 실내놀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두번, 40분씩 이었다.
아이들도 마루에게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 긴바늘이 8자에 가있지?
벌써 놀 수 있는 시간이 반이나 지났어.
승우가 놀던, 놀지 않던 시간은 지나가.
그리고 이번주에는 다시 여기에서 놀 수 없어."
마루의 말에 설득을 당하기 시작한건지 승우가 고개를 슬쩍 들어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직 시계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은
긴바늘이 어떤 숫자리 걸쳐져 있는지를 통해 시간을 알 수 있었다.
"이제 곧 긴바늘이 12자에 가면 우리반이 놀 수 있는 시간은 끝나."
"..."
"승우가 선택해.
이미 지난 일로, 제일 좋아하는 곳에서 노는걸 포기할래?
아니면 이제 그만 잊고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이 할래?"
"..."
"승우가 뭘 선택하든 시간은 지나가고 있어."
승우는 마루의 눈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그 때 태민이가 승우와 마루의 곁으로 다가왔다.
"선생님. 승우 왜 그래요?"
"아까 친구랑 다퉜던 일이 아직 조금 속상한가봐."
이럴땐 눈치없는게 다행인지,
승우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한 태민이가 해맑게 손을 잡아끌며 이야기 했다.
"승우야, 저기 앉아봐! 내가 돌려줄게"
태민이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영화에 나오는 나태지옥 같이 생긴 놀이기구가 있었다.
열십자 모양의 바를 빙글빙글 돌리면, 그곳에 걸리지 않기 위해
아이들은 열심히 뛰어야 했다.
어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만약 마루가 논다면 분명 몸살에 걸릴
중노동 같아 보이는 놀이기구였다.
아이들이라서, 아이들만이 놀 수 있는 그 놀이기구를 가리키며
태민이는 승우를 힘껏 잡아 끌었다.
시곗바늘과, 마루 그리고 태민이를 번갈아가며 보던 승우는 결국
못이기는 척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실내놀이터 시간.
승우가 오전의 싸움을 잊지 못하고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있을 때에도,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자신의 손을 힘껏 당겨준 태민이와 신나게 놀고 있는 지금도-
시계의 긴 바늘은 12자를 향해 소리없이, 그리고 쉬지 않고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