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나는 아무거나 상관 없는데요?"
"!!!!"
대통령 선거가 있기 전날.
마루는 아이들에게 내일 왜 유치원에 나오지 않는지,
대통령선거란 무엇인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루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이미 엄마, 아빠와 투표를 하고 온 아이도 있었고,
대통령 선거에 대해 얕게나마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누군구 말했다.
"선생님, 나도 투표 해보고 싶어요."
"그래? 하지만 너희는 너무 어려서 투표를 할 수가 없어.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
"에이...해보고 싶었는데"
"...음..."
"....."
"그러면 이렇게 하는건 어떨까? 우리 반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뽑아보는거야!
우리 반에서 투표를 해보자!"
"와!!!좋아요!!!!"
마루는 이럴땐 꼭 연예인이 된 기분이었다.
말 한마디에 아이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시작된 투표놀이-
부랴부랴 투표용지를 만들고, 투표함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쓰기 쉽게 도장 대신 스티커를 사용했다.
그리고 정해진 네개의 후보.
1. 티니핑
2. 옥토넛
3. 미니특공대
4. 아기상어
아이들의 미간에 주름이 가기 시작했다.
교실 앞의 큰 모니터에 번호와 캐릭터 그림을 크게 띄워주었다.
아이들은 그림과 숫자를 보며 골똘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신중하게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마루는 투표 방법을 설명했다.
1. 스티커는 하나만 붙일 것.
2. 몇번을 골랐는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 것.
아무리 놀이여도, 제법 규칙을 갖추고 제대로 된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다.
그때 영우가 신중한 적막을 깼다.
"선생님. 나는 아무거나 상관 없는데요?"
"그럼 영우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투표 안해도 돼요"
"영우야. 우리반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뽑는건데? 진짜 안할래?"
"안할래요. 마음에 드는게 없어요."
그렇게 영우는 당당하게 포기를 선언했고, 다른 아이들은 투표를 시작했다.
나름 비밀투표를 지키기 위해 박스로 주변을 가려줬고,
아이들은 한명씩 들어가서 정성스럽게 스티커를 붙인 종이를 곱게 접고 투표함에 넣었다.
마루는 투표함을 가지고 와서 아이들 앞에서 개봉하기 시작했다.
투표용지를 하나하나 꺼내서 세어볼 때마다 아이들의 입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티니핑 한표"
"와!!"
"옥토넛 한표"
"와!!!"
티.니.핑.
그렇게 모든 투표용지를 꺼내거 세어본 결과.
마루네 반을 대표하는 캐릭터는 티니핑으로 결정 되었다.
실망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함성을 지르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직접 투표를 해보고,
어떤 캐릭터에 몇표가 나왔는지 함께 세어보는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즐거운 아이들이었다.
"에이, 티니핑 싫은데"
또 다시 영우였다.
"그럼 영우아 투표를 했어야지."
"아무거나 괜찮았단 말이에요.
티니핑 진짜 싫은데. 차라리 옥토넛이 나은데."
"그럼 옥토넛에 스티커를 붙였어야지.
영우야. 이래도, 저래도 좋은건 결국 아무것도 좋지 않은거야"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학급의 반장을 뽑는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는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단지 우리 반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뽑는 단순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손으로 직접 투표를 해봤다.
원하는 결과든 원하지 않는 결과든, 그 끝을 함께 책임져 봤다.
그리고 투표놀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래도 저래도 좋은건 결국 아무것도 좋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