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은 도둑질이라고 생각했다.
시영의 교실은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공유받은 자료들로 잔뜩 채워져 있었다.
거기에 자기는 공유하지 않은 것들이 추가되어 있었다.
결정적으로, 이것저것 좋아보이는건 다 갖다 놓다보니
생활주제와는 상관없는 엉뚱한 환경구성이 되어 있었다.
'우리 자료만 가져가고 자기 패는 까지 않겠다- 이건가?
얌채를 떠나 이건 도둑질이잖아!'
결국 동료 선생님들끼리 있어서는 안될, 최악의 사태를 맞이해 버렸다.
과열되는 분위기.
옆반 보다 잘하고 싶은 경쟁구도.
피튀기는 눈치싸움.
생각만해도 기가 빨려버리는 숨막히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지현은 당장 마루에게 달려갔다.
"마루쌤, 이건 해도 너무한거 아니에요?"
"지현쌤 진정해요. 시영쌤이 일부러 그러는건 아닐꺼에요."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심지어 생활주제랑 맞지도 않아요!"
"내가 시영쌤하고 잘 얘기 해볼게요."
"시영쌤. 잠깐 얘기좀 할까요?"
"??"
조용히 일하고 있던 시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마루를 따라 연수실을 나섰다.
휴게실에 마주앉은 두사람 중 먼저 마루가 입을 열었다.
"시영쌤. 준비하면서 힘든건 없어요?"
"힘들어요."
"네?"
"너무 힘들어요 마루쌤."
"뭐가 제일 힘들어요?"
"안그래도 선생님한테 먼저 얘기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마루는 시영이 시작하려는 하소연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저는 처음 해보는 공개수업인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준비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손을 대면 댈수록 일만 커지고 엉망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채우면 채울수록 뭔가 산으로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시영쌤. 왜 꼭 다 채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네?"
"벽면이며, 바닥이며- 왜 하나부터 열까지 꽉 채워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우리가 보여주려고 하는건, 아이들이 무엇을 해왔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교실에서 무엇을 재미있어 하는지- 그런것들이에요.
선생님들이 얼마나 예쁜 자료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려고 하는게 아니라요."
"아..."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을 벽에 붙이고,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는 것 까지에요.
딱 거기까지 우리가 보여주면 되는거에요.
학부모님들도 우리 아이를 보기 위해 오는거지,
인터넷을 뒤지면 나오는 예쁜그림들로 도배된 교실을 보러 오는게 아니에요."
"..."
"아직 초임이다 보니, 긴장되기도 하고 욕심히 앞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시영쌤. 우리는 같은 연령이잖아요.
특정한 반이 너무 튀거나, 너무 뒤쳐지지 않게 협의를 하고 시작한것도 이런것들 때문이에요."
시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마루가 한 말을 잘 알아들어준 것 같았다.
"그리고 힘든거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오해가 풀릴 수 있었어요."
"오해요?!"
"다른 선생님들 조금 오해를 한 부분이 있었어요...이제 풀 수 있게 됐네요."
"지현쌤!!!!!!"
시영은 연수실 문을 벌컥 열자마자 지현을 불렀다.
지현은 화들짝 놀라 튀어오르듯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
그런 지현에게 시영은 달려들어 꽉 끌어안기 시작했다.
"지현쌤. 미안해요!!! 나만 잘하고 싶어서 자료도 안주고 꼭꼭 감추던게 아니었어요!!"
시영은 거의 울듯이 말했다.
지현은 놀란눈으로 시영에게 안겨 꼼짝 못하고 있었다.
"진짜로 혼자만 튈려고 한게 아니라, 나도 내가 뭘 해야하는지,
어디까지 해야하는지 몰랐어요....진짜 미안해요!!!"
"알겠어요, 시영쌤!"
지현은 시영을 겨우 떼어놓으며 웃었다.
그렇게 에피소드가 일단락 된 후-
시영의 교실에는 여백이 생기기 시작했다.
욕심들을 내려놓으니 쓸데 없는 것들이 사라지고,
정작 보여줘야 하는 것들, 필요한 것들만이 남아있었다.
D-7.
학부모 공개수업을 딱 일주일 앞둔 날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