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공개수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푹 자고 쉬면서 컨디션 관리를 해야했지만, 무엇보다 필요한건 멘탈관리였다.
주저리주저리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 대상으로 마루는 친정언니를 선택했다.
동네 식당
간단한 저녁이 마루와 친정언니 앞에 놓여 있었다.
유현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마루의 공개수업을 알고 있기에
각오가 되어 있다는 비장한 표정으로 자세를 잡고 앉아 있었다.
준비가 되었으니 할만큼 하고, 풀어버려라- 라는 포스였다.
마루는 그런 유현의 표정을 읽고 입을 떼었다.
"으아~!!드디어 내일이다!!!"
"그동안 준비하느라 고생했어.
어떻게 이건 공개수업 보다 준비가 더 힘들어 보이냐."
"눈 감았다가 뜨면 내일 이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왔는데도 아직 떨려?"
"당연하지. 엄청나게 부담스럽다고."
"얼른 먹고 일어나야지. 오늘 일찍 자고 내일 컨디션 관리해야 할거 아니야."
"오늘 몇시에 들어가든, 어차피 못자."
마루와 유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식당 한쪽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큰소리로 울며 악을 쓰기 시작했고 아이 엄마는 당황스러워 했다.
"더 보여달란 말이야!!!"
"이제 밥 먹어야지. 나머지는 집에 가서 보여줄게."
"아직 끝을 못봤단 말이야. 다음편 보여줘!"
"엄마랑 약속한 시간만 보기로 했잖아. 이제 밥먹고 나머지는 집에가서 봐."
대충 상황을 보니, 아이는 핸드폰을 더 보여달라고 울고 있었고,
엄마는 약속된 시간이 지났으니 밥을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주변 눈치를 보여 실랑이를 벌이던 엄마는 끝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평소에 안그러던 애가 오늘 왜이럴까..."
'평소에 안그러던 애'
마루는 곰곰히 그 말을 곱씹고 있었다.
멍해진 마루의 표정을 유현이 캐치하고 물었다.
"왜? 쟤 보니까 너희반 애들 생각나?"
"그럼, 저만한 애들 보면 우리반 애들 생각나지. 언니는 준서 생각 안나?"
준서는 마루의 조카이자 유현의 아들이었다.
"준서 생각나지. 걔도 밖에 나오면 꼭 한번씩 안하던 행동을 해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구.
맞다. 나도 얼마전에 준서 공개수업 다녀온거 알지?
준서 평소에 엄청 산만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선생님 말씀은 앉아서 잘 듣더라.
평소랑 다르더라고."
"그거야."
"응?"
"그게 문제라고... 평소랑 다른거. 그게 선생님들을 미치게 하는거거든."
"??"
"잘봐. 평소에는 바르게 앉아서 선생님 말씀도 잘 듣던 애가, 학부모 공개수업날에는
엄마 찾는다고 뒤만 쳐다보고 선생님 말도 안들어.
그럼 걔는 엄마한테 '수업시간에 산만한 애'가 되는거야.
평소에는 손도 번쩍번쩍 잘 들고 발표도 잘하던 애가
엄마 왔다고 긴장해서 발표도 안하고 소심하게 굴어.
그럼 걔는 엄마한테 '우리애는 수업시간에 발표도 못하고 소심한 애'가 되는거야.
반대로 준서봐봐. 선생님이 산만해서 친구들 다치게 한 적 있다고 전화도 했었잖아.
그런데 그날만 똑바로 앉아서 선생님 말씀 잘듣고 발표 잘하잖아?
그럼 걔는 '어머! 우리애 봐봐. 선생님 말씀도 잘듣고 집중력도 좋잖아' 가 되는거야.
30분 보여주는 모습으로 엄마들은 교실 속 우리아이를 판단을 하는데,
문제는 애들이 평소랑 다른 모습을 보여줄때- 라고. 이게 미치는거지"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는 날에는
꼭,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아이들이 몇명 있었다.
1년에 한번.
30분, 길면 한시간 정도.
문제는 학부모들은 그 시간 동안 우리 아이가 얼마나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지,
얼마나 발표에 적극적인지, 바른자세로 앉아있는지, 집중을 잘하는지...를 판단한다는 거였다.
"야!! 그래도 우리 준서 수업도 못들을 정도로 산만하지는....않을.....껄?"
괜히 입을 삐죽이며 항변해보는 유현이였다.
마루는 그런 유현을 보고 더 웃으며 놀리기 시작했다.
"평소 준서 보면 몰라? 선생님 촉으로 보면, 평소에 잘 앉아있지도 못할껄?
그래도 걔가 눈치가 있고 일곱살이나 됐으니까, 엄마 온다고 앉아있는 척 한걸꺼야.
그래도 그런애들은 평소엔 힘들어도 고맙기라도 하지.
원래 잘하다가 그날만 집중 못하고, 엄마 간다고 울고 그러면....휴...."
내일은 또 어떤 돌발상황과 변수가 나타날까- 생각하니
먹던 음식이 얹히는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온 마루는 자려고 누웠지만 역시나 잠이 오지 않았다.
최근 공개수업을 준비하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었다.
'제발 내일 아무 일 없길...'
공개수업을 하는건 정작 마루인데, 아이들도 잘 해주길 기도해야 하는 마루였다.
학부모님들이 교실로 들어오는 순간.
수업을 하고 있는 중간.
아이들의 돌발 상황, 변수.
수업을 마치고 학부모님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며 울고 떼쓰는 아이들.
마루는 내일 하루를 머리 속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려보았다.
그렇게 세지도 못할 정도로 몇번이나 내일 하루를 그리면서 잠 못드는 마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