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마루의 핸드폰 위에 표시된 배터리 잔량.
충전이 완료 되었음에도 마루의 핸드폰 끝에는 항상 충전기 선이 연결되어 있었다.
마루의 버릇이었다.
핸드폰이고, 노트북이고, 스마트워치고 모조리 충전기를 연결해 놓아야 마음이 편했다.
그런 마루를 보며 짝꿍은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곤 했다.
"마루야. 그렇게 하면 오히려 핸드폰 배터리 수명이 짧아져.
100% 충전되면 충전기 빼놔야 해"
왜지?
이해할 수 없는 마루였다.
"과충전되면 오히려 불필요하게 에너지가 소모된대.
충전도 적당히 해야 배터리 수명이 오래갈 수 있어."
긴긴 연휴가 끝나가는 시점.
8월 말 여름방학이 끝나자 마자 10월 연휴만 바라보며 살아온 마루였다.
이제 또다시 희망은 저멀리 12월 방학에 있었다.
12월 방학때 까지는 더이상의 휴일이 없다는 절망감이 고개를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이제야 짝꿍의 말이 이해가는 마루였다.
충전을 너무 오래했나 보다.
적당히 쉬었으면 적당히 충전이 되었을 텐데-
과충전이 되다보니 후유증이니, 걱정이니, 불안이니 하며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이 비가 그치면 이제 본격적으로 쌀쌀해 지겠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마루는 생각에 잠겼다.
아니나 다를까 tv에는 진짜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월요일에 날씨 좋으면 애들이랑 돗자리 들고 공원이나 나가볼까?'
갑자기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한숨만 쉬며 남은 휴일이 3일밖에 안된다는 것에 절망하는 가운데에서도,
그와중에 아이들 생각이 문득 떠오른 자신에게 어이없는 실소가 터져나온 것이었다.
너무 모순적이었다.
출근이 힘들어 연휴가 끝나기 3일 전부터 절망하는 마루와,
날씨 하나에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뭘 하며 놀이할지 고민하는 마루.
마루는 자신 안에 지킬앤 하이드처럼 두명의 마루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래. 오늘이나, 내일이나 뭐가 다르겠어.'
똑같은 하루일 것이다.
오늘은 쇼파에 늘어지게 누워서 빈둥거리는 하루지만,
월요일은 아이들과 돗자리를 들고 바깥으로 나가 가을이 왔음을 느끼며
햇살 아래에서 웃는 하루일 것이다.
한창 늘어지게 연휴를 즐기고 있는 오늘도,
긴 연휴가 끝난 후 후유증에 시달리는 월요일도
마루인생의 수많은 날들 중 똑같이 소중하고 귀한 날들이었다.
'이제 슬슬 충전기를 분리하자.
100% 채웠으니,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게'
연휴의 한가운데서 스멀스멀 다가오는 후유증의 꼬리를
미리 자르고 있는 마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