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지낸 이야기

나 누구랑 얘기하니...?

by maru

월요일

마루의 교실은 시끌벅적 해진다.

주말동안 무엇을 했는지 <주말지낸 이야기>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주말동안 서로가 뭘 했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으며,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 알리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서로의 사생활을 굳이 들춰내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그래서 마루의 교실에서는 월요일마다 주말동안 어딜가서 누굴 만나고

무엇을 했는지 얘기하는 것이 월요일의 루틴이 되었다.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누군가가 키즈카페를 갔었다고 얘기하면 너도나도 거기 가봤다고

이야기하며 불쑥 튀어나와 말을 끊었다.

누군가가 캠핑을 갔었다고 이야기 하면 어디에 있는 캠핑장인지도 모르면서

나도 거기서 두밤, 세밤을 자고 왔다고- 내가 너보다 많이 갔다는걸 알려야 했다.

한 아이가 지하철을 탔다고 얘기하면 말을 뚝 끊어버리고는

나는 그 지하철을 타고 어딜 갔으며 누굴 만나고 왔다고 자기 이야기를 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래서 마루가 생각해낸 방법이 있었다.


1. 손들고 차례차례 이야기 하기

2. 친구의 이야기 듣고 궁금한 점 질문해 보기


항상 누구보다 하고싶은 말이 많은 영우가 발표를 할 차례였다.

주말지낸이야기를 할 때면 엉덩이까지 들썩거리며 손을 드는 아이였다.


"나는 추석때 할아버지 할머니도 만나고, 형아랑 같이 밖에 나가서 킥보드도 탔어요.

엄마랑 아빠랑 카페에도 갔어요."


영우가 말을 마치자 우진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카페에 가서 뭐 먹었어?"


"나는 아이스티랑 소금빵 먹었어."


마루의 방법은 제법 통하는 것 같았다.

질문할 기회를 주니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았다.


"소금빵은 왜 먹었어?"


"왜 아빠차 타고 갔어?"


"킥보드는 왜 탔어?"


주로 이어지는 아이들의 질문에는 "왜"가 많았다.

사실 진짜 궁금한 것 보다는 발표시간에 한마디라도 더 하고싶은 심리도 있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질문들은 도대체 저런게 왜 궁금할까- 싶은 질문들이었지만,

그래도 약속 더분에 아이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연수실


아침만해도 긴 연휴의 끝이 믿기지 않는 얼굴들 이었다.

이게 진짜일리 없다는 표정위에 아직은 휴식의 기운이 조금 남아있어 눈에 생기가 있었는데,

아이들과 오전을 보내고 오니 다들 현실로 되돌아온 느낌이었다.

다시 푸석해진 얼굴과 촛점없는 눈, 묘하게 식어버린 어깨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막내 지연이 입을 열었다.


"오늘 아이들 어땠어요? 오랜만에 만났더니 너무 힘들어요."


지연이 말을 마치자 이제 막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 시작한 윤아가 대답했다.


"나는 연휴라서 신나서 집에갔더니, 우리애가 있던데요??

그냥 연휴 끝나고 오니 우리애들이 더 많아진 느낌이에요."


"애들도 아직 연휴 후유증이 남아있나봐요. 오늘하루 집중도 안돼고

분위기가 방방 떠있어서 너무 힘들었..."


지연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윤아가 불쑥 끼어들었다.


"아...지난주 월요일로 돌아가고싶다!!!!

추석 내내 넷플릭스 끼고 방에서 뒹굴고 있었는데..."


마루는 목구멍까지

'선생님들도 한사람씩 손들고 말해요'

라는 말이 차올랐지만 다시 고이 넣어두었다.


"그래도 이 분위기에 아이들 안다친게 어디에요.

연휴 끝나자마자 다치면...그런걸로 학부모님께 전화하는건 끔찍하네요."


"내 연휴 돌려줘!! 이제 방학 전까지 휴일 없는거 알아요?"


마루는 이 대화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대화가 아니었다.

어수선한 아이들 때문에 오늘 하루가 힘들었다는 지연의 말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윤아의 연휴가 끝났다는 하소연에도 선생님들은 각자 자신의 말만 하고 있었다.


심지어 일을 하면서 말하느라 모니터만 보고 서로를 등지며 뱉어내는 말들이었다.

대화는 서로를 연결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연수실 안에는 연결되는 대화는 없이 각자 내뱉은 말들이 허공위를 떠돌다가 사라질 뿐이었다.


그래도 말의 핵심은 있었다.


힘.들.다.집.에.가.고.싶.다.


마루는 조용히 파티션 너머를 훑다가 마법의 주문을 외쳤다.


"오늘... 커피한잔 할까요?"


오늘 커피...에서 이미 선생님들은 눈을 반짝이며 모니터와 키보드에 박고있던 머리를 들었다.


커피한잔이, 서로를 마주보는 얼굴이,

허공 위로만 떠돌던 선생님들의 대화를 연결해줄 것이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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