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제발 AX 타령 좀 그만하세요"...!

AI를 대하는 기업의 착각, 그리고 희귀해진 '진짜 전문가'들

by 박주원 박사

최근 IT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공감을 얻으며 퍼져나간 SNS 게시글 하나가 있습니다. "지금 회사 기술 책임자들은 진짜 개빡칠 것 같다"라는 다소 거친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현재 대한민국 수많은 기업의 IT부서와 개발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AI 트렌드에 뒤처질세라 "우리도 당장 AX(AI 전환)를 하라"고 윽박지르는 대표, 자기가 무슨 코드를 짰는지도 모르면서 AI가 뱉어낸 '블랙박스 코드'를 복사해다 붙여놓고 다 했다고 우기는 개발자, 심지어 노코드(No-code) 툴로 조악한 결과물을 만들어와서는 에러를 고쳐달라고 떼를 쓰는 비개발자 직원들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속에서 모든 뒷수습과 폭발하는 '기술 부채(Technical Debt)'를 떠안고 있는 CTO들의 절규가 텍스트 너머로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도대체 왜, 수많은 기업의 AI 도입 현장은 이토록 끔찍한 '대환장 파티'가 되어버린 걸까요?


1. 뼈아픈 착각: "AI도 클라우드나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 아니야?"

이 모든 비극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재 기업의 경영진과 기존 디지털 조직들이 생성형 AI를 '기존 신기술의 연장선'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 우리가 열광했던 클라우드, 빅데이터, 블록체인 같은 기술을 떠올려 보십시오. 기존의 디지털 전환(DX)은 아날로그 문서를 디지털로 바꾸고, 서버를 클라우드로 옮겨 '플랫폼 생태계'를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IT 부서가 새로운 기술 스택을 조금 배우고, 외부 솔루션을 사 와서 기존 시스템에 얹으면 어느 정도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생성형 AI로 촉발된 AX(AI Transformation)는 차원이 다릅니다. 단순히 도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도구를 쥐고 일하는 '사람'의 역할과 '산업 생태계' 자체를 송두리째 뒤엎는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그런데 기업들은 이 거대한 해일 앞에서 과거의 방식을 고집합니다. 기존 IT 부서 직원들에게 "API 연동하는 법 좀 배워서 우리 사내 시스템에 AI 챗봇 하나 붙여봐"라고 가볍게 지시합니다. 비즈니스의 목적도,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도, 사람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없이 기술만 덜렁 도입하니, 앞선 사연처럼 아무도 통제하지 못하는 엉터리 코드와 시스템 충돌이 난무하게 되는 것입니다.


2. 진정한 AX를 위한 생존의 5단계 법칙

사람과 생태계를 바꾸는 진정한 AX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먹구구식 도입이 아닌 철저하고 정교한 순차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제가 AX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 가벼운 방식의 5단계의 AX 적용방안을 소개합니다.

1단계: 목표 설정 (하고자 하는 것 정의)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챗GPT 씁시다"가 아니라, "우리 회사에서 AI가 도입되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이 어디인지, AI를 통해 어떤 비즈니스적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를 가장 먼저 정의해야 합니다.


2단계: 현상 진단 (바꾸어야 할 것 도출)
목표가 정해졌다면, 현재 조직의 데이터 상태, 낡은 레거시 시스템, 그리고 직원들의 AI 수용성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뜯어고칠 부분을 도출해야 합니다.


3단계: 적용 테스트 (PoC, 개념 증명)
처음부터 전사 도입을 서두르면 서버가 터집니다. 작고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내 sLLM이나 글로벌 모델을 활용해 성공 사례(Best Practice)를 검증해야 합니다.


4단계: 점차적 확산 (거버넌스 구축)
PoC가 성공했다면, AI가 뱉어내는 오류(할루시네이션)를 검증하고 통제할 수 있는 '멀티 LLM 라우팅 거버넌스'와 '코드 감사 체계'를 세운 뒤 조직 전체로 확산시켜야 합니다.


5단계: 지속적인 관리 및 업데이트 AI는 한 번 구축하고 끝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매일매일 진화하는 AI 모델과 시장 환경에 맞춰, 살아 숨 쉬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학습시키고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3. 희귀해진 '진짜 전문가', 그리고 리더의 결단

가장 안타까운 현실은, 이 5단계의 거시적 맥락과 산업 구조의 본질적 차이를 이해하고 기업을 이끌어 줄 '진정한 AX 전문가'가 현재 대한민국 산업계에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대다수는 특정 AI 솔루션을 팔려는 벤더사이거나, 과거의 DX 패러다임에 갇힌 전통적 컨설턴트들뿐입니다. 그 결과 기업들은 길을 잃고, 기술 책임자들은 밤을 새우며 엉뚱한 불만 끄고 있습니다.


대표이사님, 그리고 C-Level 경영진 여러분. 개발자들에게 무작정 "남들처럼 AX 좀 해와라"라고 재촉하는 것을 멈추십시오. 도구의 도입이 아니라 '조직과 생태계의 리빌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여러분의 회사는 통제 불능의 기술 부채에 짓눌려 서서히 침몰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경영진부터 AI의 본질을 학습하고, 우리 비즈니스에 맞는 명확한 '목표'와 '진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추천 도서] � <생성형 AI 시대, 기업이 살아남는 법> 클라우드처럼 AI를 대하는 뼈아픈 착각에서 벗어나, 조직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진짜 AX'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100일 실행 가이드가 궁금하시다면 제 저서에 담긴 치열한 고민들을 꼭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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