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3시, 특별한 만남을 시작하다.

외대 GBT 강단, 낭만을 부수고 AI와 디지털자산의 시대를 논하다.

by 박주원 박사

수십, 수백 명의 C-Level 경영진 앞에서도 떨림 없이 명확한 전략을 제시하며 기업의 사활을 둔 컨설팅을 진행하던 저였지만, 최근 제 일주일의 바이오리듬은 온통 '월요일 오후'를 향해 맞춰져 있습니다. 기업의 대표라는 무거운 명패을 잠시 내려놓고, 대학 캠퍼스에서 한 학기라는 긴 호흡으로 저만의 온전한 '정규 과목'을 이끌며 '나의 첫 제자들'을 만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월요일 7, 8, 9교시. 오후 3시부터 시작해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이어지는 장장 3시간의 마라톤 강의. 체력적으로는 가장 지칠 법한 시간이지만,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제 심박수는 기분 좋은 긴장감과 설렘으로 요동칩니다.


낭만과 환상을 깨부수는 잔인한(?) 첫인사

이번 2026학년도 1학기, 제가 맡게 된 과목은 글로벌비즈니스&테크놀로지(GBT) 전공 4학년 학생들을 위한 전공 과목인 <핀테크비즈니스(Fintech Business)>입니다.


졸업과 취업이라는 냉혹한 전장의 출발선에 선 4학년 제자들. 그들에게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뜬구름 잡는 교양 수업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당장 내일 아침 여의도의 금융권이나 판교의 핀테크 스타트업 실무에 투입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날카롭고 피비린내 나는 생존의 무기'를 쥐여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컸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의계획서(Syllabus)의 수업 철학 란에 매우 단호하고 차가운 한 문장을 새겨 넣으며 첫인사를 대신했습니다.


"핀테크는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규제(Regulation)를 준수하고 리스크(Risk)를 통제하며 수익(Profit)을 창출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예쁜 UI/UX 앱을 만들거나 톡톡 튀는 아이디어만으로 유니콘 기업이 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저는 제자들의 눈앞에 핀테크의 화려한 베일을 벗겨내고, 전통 은행의 예대마진부터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의 숨겨진 수익 구조를 낱낱이 해부해 줍니다. 특정금융정보법(트래블룰)과 자금세탁방지(AML), 그리고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라는 무겁고 차가운 규제의 철창 안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합법적으로 비즈니스를 설계해야 하는지, 그 '금융의 민낯'을 직면하게 만드는 것이 제 강의의 첫 번째 목표입니다.


AI와 디지털 자산: 미래 금융을 융합하는 두 개의 심장

하지만 이 수업의 진짜 백미는 따로 있습니다. 제가 현업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생성형 AI 전문가로서, 제자들에게 핏대를 세우며 강설하는 '생성형 AI'와 '디지털 자산'의 필연적인 융합입니다.


2026년 현재, 생성형 AI는 단순히 문서를 요약해 주거나 그림을 그려주는 도구를 넘어, 인간의 지시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자, 여기서 제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AI 에이전트가 여러분을 대신해 주식을 사고팔거나 글로벌 계약을 체결한다면, 과연 복잡한 공인인증서와 느린 망분리 규제에 갇힌 전통 은행의 송금망을 사용할까?"


정답은 '절대 아니다'입니다. AI의 뇌(Brain)가 생성형 AI라면, 그들이 혈액처럼 주고받을 매개체는 바로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입니다. 코드로 이루어져 있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24시간 즉각적인 결제와 실행이 보장되는 블록체인 위의 '토큰(Token)'만이 AI 경제 생태계의 유일한 언어이자 화폐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비트코인의 한계, 토큰증권(STO)이 바꿀 자산의 유동화, 그리고 한국은행의 CBDC가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어떻게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지 교차시키며 설명합니다. 기술의 파편들을 모아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선으로 연결하고, 미래 금융의 거대한 지형도를 제자들의 머릿속에 입체적으로 띄워주는 작업입니다.


주말을 반납하게 만드는 제자들의 빛나는 눈동자

이렇듯 이론과 법규, 딥테크 동향이 쉼 없이 쏟아지는 3시간의 강행군. 하지만 제 강의실의 풍경은 실로 경이롭습니다.


지루해하기는커녕, 학생들은 제가 쏟아내는 도발적인 질문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매서운 반론과 호기심을 뿜어냅니다. 카카오뱅크의 한계나 핀테크가 AI와 만났을 때 터질 수 있는 새로운 금융 범죄(사이버 보안)의 시나리오를 토론할 때면, 그들의 눈동자에는 두려움 대신 거대한 기회를 발견한 '젊은 포식자의 번뜩임'이 맺힙니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체득한 살아있는 실패와 성공의 데이터를 강단에 쏟아내고, 그것을 자신만의 논리로 흡수하는 제자들과 눈을 맞추는 일. 이것은 세상 그 어떤 수십억짜리 비즈니스 계약을 성사시켰을 때보다도 압도적이고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제게 선사합니다.


이 빛나는 눈빛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저는 매주 주말을 온전히 강의안 제작에 반납합니다. 낡은 교과서가 아니라 당장 내일 아침 경제 신문 1면에 나올 법한 생생한 이슈들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구조화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그 수고로움조차 제게는 더없이 벅찬 행복입니다.


나의 첫 제자들, 미래의 '아키텍트'들에게

사랑하는 외대 GBT 학부의 나의 첫 제자 여러분.


우리의 15주 여정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뜨거운 학기가 끝날 무렵, 여러분은 단순한 취업 준비생이 아닐 것입니다. 코딩을 할 줄 아는 문과생을 뛰어넘어, 생성형 AI라는 압도적인 지능을 통제하고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이라는 새로운 혈관을 이어 붙여 '미래 금융의 룰'을 직접 설계하는 아키텍트(Architect)로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세상의 룰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습니다. AI가 코드를 짜고 보고서를 대신 쓰는 2026년의 시대에, 인간이 가져야 할 유일한 무기는 바로 이 '복잡계를 꿰뚫어 보는 구조적 통찰력'입니다. 여러분이 대한민국 금융과 테크 산업의 가장 날카로운 최전선에 서는 그날까지, 저 박주원은 여러분의 가장 가혹한 트레이너이자 가장 든든한 페이스메이커로 늘 곁에 있겠습니다.


자, 이번 주 월요일 7교시에도 세상에서 가장 엣지 있는 인사이트를 한가득 장전하고 강의실 문을 열겠습니다. 우리, 뜨겁게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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