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D-30, 붉은 펜을 든 어느 초보 작가의 두려움에 대하여
창밖으로는 간간이 새해를 축하하는 축제의 소리가 들려왔고, 휴대폰에서는 지인들이 보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메시지가 하루 종일 울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축제의 소음에서 한 발짝 물러나, 하루 종일 좁은 서재에서 갇혀(?) 있었습니다.
제 책상 위에는 출판사의 교열을 마친 A4 용지 수십 장이 놓여 있습니다. 오는 1월 말 세상에 나올 제 첫 단독 저서, <생성형 AI 시대, 기업이 살아남는 법>의 최종 교정지입니다.
님들은 "박사님, 드디어 책 나오네요! 축하드려요"라며 덕담을 건네지만, 정작 당사자인 저는 축배를 들 여유가 없습니다. 지금 제 손에 들린 붉은색 플러스펜이 제 살을 베는 칼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이 과연 최선인가?' '이 단어가 독자에게 닿을 때 오해의 소지는 없을까?' '혹시 내가 틀린 정보를 진리인 양 떠들고 있는 건 아닐까?'
마침표 하나, 조사 하나를 두고 수십 번을 지웠다 썼다를 반복합니다. 20년 동안 수없이 많은 전략 보고서를 써왔고, 박사 학위 논문까지 썼지만, '단행본'이라는 무게감은 차원이 다른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올린 글은 오타가 보이면 '수정' 버튼을 누르면 그만입니다. 블로그 포스팅은 마음에 안 들면 비공개로 돌리면 됩니다.
하지만 종이책은 다릅니다. 인쇄기가 돌아가는 순간,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박제(Taxidermy)'가 됩니다. 나의 치열했던 고민뿐만 아니라, 나의 부족함과 설익은 생각까지도 활자화되어 서점이라는 거대한 심판대에 오릅니다.
그 '돌이킬 수 없음'이 저를 숨 막히게 합니다. 지금 제 눈에 보이지 않는 저 오타 하나가, 훗날 누군가의 비웃음거리가 되지는 않을까. "박주원 박사, AI 전문가라더니 별거 없네"라는 서평이 달리지 않을까. 50세가 넘은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은 CEO가 고작 문장 몇 줄 앞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 년을 준비했습니다. 낮에는 링크핀의 대표로, 밤에는 글 쓰는 작가로 살았습니다. 생성형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한다는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저는 AI가 10초면 써낼 문장들을 붙들고 몇 시간씩 끙끙거렸습니다.
이 책은 '기업의 생존'을 다루고 있지만, 쓰는 내내 저에게는 '작가의 생존'을 건 투쟁이었습니다.
새벽 2시. 차갑게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며 교열지를 넘기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해서 쓰는 것이다.'
제가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던 초심(初心)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화려한 문장이나 완벽한 이론을 자랑하려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A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방향을 잃고 불안해하는 동료들, 후배들, 그리고 수많은 직장인에게 "저도 무서웠지만, 이렇게 하니 길이 보이더군요"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그 마음.
부족할 겁니다. 오타가 있을 수도 있고, 투박한 문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투박함 속에 제가 현장에서 구르며 얻은 '진짜 땀 냄새'가 배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AI는 매끈하고 완벽한 문장을 씁니다. 하지만 AI는 두려움을 모릅니다. 출간을 앞두고 떨리는 손으로 마침표를 찍는 이 '두려움'이야말로, 제가 AI가 아닌 인간 작가라는 증거일 것입니다.
이제 며칠 뒤면, 이 원고는 제 손을 떠납니다. 활자가 인쇄기에 찍히는 그 순간부터, 이 이야기는 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것입니다.
부디 이 책이, 저의 이 치열했던 고민이, 새해의 불안을 안고 출근하는 여러분의 책상 위에서 작은 ''나침반 (Compass)"이 되어 주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붉은 펜을 내려놓으며, 2026년 1월의 어느 새벽, 박주원 올림.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오는 1월 말, 수십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컨설턴트, 학자로서의 통찰을 갈아 넣은 책 <생성형 AI 시대, 기업이 살아남는 법>이 세상에 나옵니다.
많이 두렵고, 많이 설렙니다. 서점에서 제 책을 발견하신다면, "아, 저자가 새해 첫날 밤을 새워가며 쓴 그 책이구나" 하고 반갑게 눈인사라도 해주시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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