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안식이 필요한 순간, 눈부신 고요로 초대하는 당신
삶의 무대에는 빛이 머무는 공간과 어둠이 머무는 공간이 있다.
어둠이 머무는 공간에서 고독과 그리움이 고인다면
빛이 머무는 공간에서는 놀라움과 고요가 고인다.
빛에서 한 가닥 한 가닥 실을 뽑아내어. 한 올 한 올 엮어내고 풀어낸 그림,
빛을 머금은 알갱이들이 서로의 빛을 겸손히 양보하지만,
제 품에 머금은 빛을 뽀오얀 안개 사이에 감추지 못하는 공간이 나타나는 그림.
이것이 앙리 르 시다네의 공간이다.
인생에 안식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이때 앙리 르 시다네는 그가 가진 특별한 공간, 눈부신 고요의 티 테이블로 나를 초대한다.
나는 잠시 침묵하고 곧 감사하며 그 공간으로 들어선다.
앙리 르 시다네의 티 테이블로 기꺼이 들어선다.
이 눈부신 시간과 고요한 공간은 선물이다.
이 공간에서 잠시나마 안식하라고 내게 주고 간 선물이다.
르 시다네의 테이블에 앉아 이 빛의 안개 가운데 머물고 있으면,
그가 내어주는 카페인과 스위트를 충전하고 있으면,
쪼그라진 육체와 바삭바삭 건조해진 영혼에 안식이 가능할 것 같다.
다시 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만한 여유가 생길 것 같다.
앙리 유진 어거스틴 르 시다네 Henri Eugène Augustin Le Sidaner (1862-1939)는
일상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담아내는 앵티미스트(intimist) 화가이다.
그는 순간순간 변하는 빛의 인상을 담은 인상주의와
빛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하고자 했던 신인상주의의 화풍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그는, 그들의 공간에 가득한 빛을 부여잡았다.
나는 그야말로 앵티미스트 중의 앵티미스트가 아닐까 싶다.
눈부신 시간과 고요한 공간이 바로 여기 있지 않은가!
나는, 나는 잠시라도 넉넉히 그와 함께 그의 일상을 살아보고 싶다.
그의 다정한 테이블에 앉아, 그가 내어주는 따뜻한 차를 마시고,
그와 함께 달콤한 디저트를 맛보고 싶다.
그의 고요를 함께 겪고, 그의 안식에 함께 물들고 싶다.
그 누구라도 좋으니 일상에 치인 고운 사람들이 앙리 르 시다네에게 초대되었으면,
고요가 고프고 안식이 고픈 이들이 이 눈부신 테이블에 많이 앉을 수 있었으면,
나와 똑같이 사람에 치이고, 소음에 괴롭고,
몸의 기력이 다하고, 피로가 가득한 그들이야말로
앙리 르 시다네의 티 테이블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들이니까,
앙리 르 시다네는 안식이 간절한 이들을 모두 품을 수 있도록
수많은 티 테이블을 그려 놓았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