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으면 기적이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용윤선)
함께 있으면 기적이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용윤선 <울기 좋은 방>
그저 빛과 인물인 그림, 인생의 한 순간을 빛으로 포착하는 그림,
이 놀라운 그림은 북아일랜드 출신의 화가 앤 매질 Anne Magill 의 그림이다.
앤 매질 Anne Magill 은 특별히 SNS를 통해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작가이다.
나 역시 그의 작품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앤 매질은 원래 상업 아티스트로 초기 성공을 거두었다가 1992년 첫 번째 개인전을 통해 파인 아티스트로 전향한다.
이어 수많은 개인과 기업이 그의 작품을 보유하며 작가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게 된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성인만이 가질 수 있는 외로운 분위기, 어두움 가운데 특유의 몽환적인 공간감이 드러난다. 극대화된 캔버스 천의 질감과 그 위로 지나간 큰 붓의 질감이 화면 전체를 묵직하게 감싼다.
특히 인물을 그릴 때 표정을 굳이 표현하지 않고 인물을 실루엣처럼 표현함으로서 더욱 상상의 여지는 불타오른다. 인물의 관계성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한 상징적인 주제, 뿌연 안개가 가득한 분위기와 미묘한 공간감은 매혹적이다.
어두움 가운데 빛이 그윽한 미묘한 색조는 이 공간을 현실이 아닌 것처럼 만들고 있다.
앤 매질만이 창조해 낼 수 있는 놀라운 공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녀의 그림에서 드러나는 사람의 뒷모습, 빛을 바라보는 뒷모습.
이 화려한 역광의 빛은 인물을 더욱 반짝이게 하고
이 순간이 덧없지만 영원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그녀의 작품을 볼 때마다 "함께 있으면 기적이 일어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나를 빛으로 보아주는 사람.
내 눈에 빛으로 보이는 사람,
이런 만남은 그저 가슴 벅차다.
이 만남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만남이다.
이 바라봄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기적이다.
그 순간에 닿는 눈빛은 공간을 밝히고 시간을 밝힌다.
이러한 만남은 완전히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앤 매질은 이러한 기적의 순간을 포착하여 그림으로 이끌어낸다.
앤 매질이 그려내는 한 사람, 두 사람, 혹은 세 사람 가운데에서는 빛이 고여 있고,
그 빛 가운데 흐르는 외로움과 슬픔은 그 빛을 받아 신비로워진다.
어떤 관계의 두 사람이든, 이 두 사람은 아름답지 않은가.
이 두 사람이 나누고 있는 온기와 대화는 아름다울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이 두 사람의 사이에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존재만으로 꼭 만나야만 하는 영혼들이 있는 것 같다.
아니, 확실히 있다.
"함께 있으면 기적이 일어나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
찰나의 만남이라 해도 그들은 꼭 만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