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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Jul 07. 2024

찬란한 날갯짓에 홀리다

일호(一濠) 남계우(南啓宇, 1811~1890) 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비만 보면 정신을 잃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서울 소공동에 살던 16세의 소년 남계우는 나비 한 마리를 발견하고 지금의 혜화동인 동소문까지 따라갔습니다. 약 4Km를 따라가 나비를 잡은 일화는 그가 가진 호기심이 얼마나 강렬한지를 보여줍니다.


타고난 관찰력에 열정이 더하여 남계우는 평생 나비에 열중했으며, 나비가 노니는 꽃 그림을 함께 그렸습니다. 산수화도 그렸으나 그를 대표하는 것은 가히 나비이기에 그는 ‘남나비(남접, 南蝶)’라 불리며 명실공히 조선 시대 나비 그림의 1인자로 인정받습니다. 


가늘고 섬세한 필치에 선명한 무늬와 색으로 사실적으로 그린 이 그림은, 남계우의 다른 그림에 비해 다소 색이 돋보이지 않기는 하나 열 마리의 나비가 지닌 개성과 특징을 이해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나비 연구가 석주명(石宙明, 1908~1950)은 남계우의 그림에 반해 10폭 병풍 그림 〈호접도(蝴蝶圖)〉등을 수집하였고, 남계우의 그림을 토대로 『조선산 나비 총목록』을 발간하였으며, 남계우가 그린 37종에 이르는 나비를 “조선의 자료 중 가장 높은 학문적 기치를 지녔다”라 하며 상찬하였습니다. 한학자 위당(爲堂) 정인보(鄭寅普, 1893~1950)는 그러한 석주명이 남나비의 정신을 계승하여 남계우를 세상에 빛내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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