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보고쓰고

[영화] 기생충

가난에게는 냄새가 난다

by 좀머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기생충>을 봤다. 개봉하기 전부터 기다렸던 영화지만, 개봉 당시 한국이 아니었고 한국에 들어와서는 영화를 볼 경황이 없어 이제야 본 것이다. 혹자는 '가난 혐오'라고 정의하던데, 가난한 한 사람으로서 평가하자면 다큐와 판타지가 적절히 섞여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숨이 막혔다. 남들은 초반에는 정신없이 깔깔거리다가 중반에 들어서면서 조마조마하며 지켜보게 된다던데 나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숨을 제대로 들이쉬지 못했다.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나는 정말 범죄를 싫어하는구나,였다. 남을 속이고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타인을 짓밟고 결국 파멸을 맞이하는 이들을 불쌍히 여겨야 할까? 특히 아들 기우가 미성년자를 상대로 연애질 하는 모습은 토악질이 나온다. 입시도 몇 번이나 하고 군대도 갔다 왔으면 대체 몇 살인데 고등학생이랑 키스를 하고 난리인지. 역겹다.


영화를 관통하는 것은 '냄새'다. 다송이는 냄새로 기택네 가족들을 알아본다. 기정은 반지하 냄새라며 이사 가지 않으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이선균의 가난 혐오는 냄새로 연결된다. 연교 역시 기택이 모는 차 뒤에서 어떤 냄새를 맡는다. 가난은 실체가 없어 다양한 형태를 띤다. 각기 다른 양상으로 은밀히 퍼져나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미처 숨기지 못한 냄새를 남겨 그것만이 지독하게 흔적을 남긴다.

그것은 아무리 향수를 뿌리고 치장을 해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퀴퀴 묵은 먼지, 벽에 핀 곰팡이, 불쾌한 습도가 냄새를 만든다. 그 냄새가 곧 나고 가난이다.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일이 있다. 친구가 내게 장난처럼 했던 말. 너한테는 오래된 장롱 냄새가 나. 뭐? 그게 대체 무슨 냄새야. 있어, 설명은 못하겠는데 암튼 그런 특유의 냄새가 있어. 그 애는 악의가 없었고 그냥 느낀 점을 말했을 테지만, 여전히 내 머리에 맴돈다. 내가 탈취제를 뿌리든 향수를 뿌리든 결국 나에게선 뽀송뽀송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몇십 년도 넘은 주공아파트 1층에 전세로 들어가 그 지긋지긋한 집구석을 벗어나지 못했던 우리 가족들에게도 똑같은 냄새가 났겠지.

꼭 밥을 굶고 학교에 돈을 못 내고 그런 것만이 가난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가난은 다양한 형체로 다수에게 퍼져나간다. 그러나 그 옅고도 독한 냄새, 그것이 가난이 있음을 알려준다.


이선균은 그런 냄새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렸다. 영화 자체가 가난 혐오라기 보단, 이선균의 캐릭터가 가난 혐오하는 사람을 보여주고 있다. 완벽한 기득권층으로 애써 예의를 갖추며 혐오를 숨기려 하지만, 원래 혐오는 그리 쉽게 숨겨지지 않는 법이다. 가난처럼. 이선균이 가난을 알아차렸듯 기택도 자신과 가족들을 향한 혐오를 알아버렸다. 누군가 칼에 맞아 죽어가고 있음에도 자신의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는 게 더 중요한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자신의 딸을 지켜주지 못하고 차키를 던져주는 사람. 그러다 이선균의 불쾌함 표출에 쌓였던 감정을 폭발시킨다. 참... 기택의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그의 선택에 화가 난다. 딸을 구해줄 능력도 뭣도 없으면서 그러면 안됐다.


이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의 유일한 판타지는 바로 기정이다. 유일하게 없는 자리를 만들어 꿰찬, 기택네 가족의 희망. 기정의 죽음은 가난을 탈출하는 사다리를 걷어찬 것과 같다는 해석을 봤는데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기정이 없는 가족은 '계획'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는 다시 다큐멘터리로 돌아온 것이다. 그들은 계속 냄새를 풍기며 살아갈 것이다. 그 냄새를 알아차린 자들의 은은한 혐오를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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