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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구 Sep 18. 2021

안녕하세요

<알던 사람 이야기>의 프롤로그

시간은 참 힘이 세다. 당장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 돌아보면 이렇게나 멀리 나를 지금으로 밀어왔고, 지금은 아득해 보이는 저 먼 곳까지도 나는 시간과 함께 흘러가게 될 것이다.

흘러왔던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알았던 사람들에 대해 기록한 이유 중 하나는,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 기억은 힘이 약하다. 당장은 모든 것을 다 보관하고 잊지 않을 것처럼 커다란 풍선같이 제 몸집을 자랑하지만, 잠시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 빠진 얄팍한 껍질만 그 자리에 남아있곤 했다.

한때는 빛바래는 모든 것이 그냥 슬프기도 했다. 그러나 그 슬픔에 잠겨만 있으면 딱히 달라지는 게 없었다. 뭐라도 해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일단 뭐라도 적어보기로 했다. 내가 알던 사람들에 대해.


내가 알던 사람들에 대해 무엇 인갈 써 내려갔던 모든 순간은, 그 사람이 그때의 나에게 좋은 사람이었든 나쁜 사람이었든 다시금 안부를 묻는 시간이었다.

아는 사람이었던 그에게, 내가 그를 좋아했든 싫어했든 그리워했든 잊었다가 다시 생각이 났든, 안부를 묻고 싶었다. 잘 지내고 계시느냐고.

시간이라는 아주 거대하고 강력한 힘이 우리의 등을 밀어내고 있는 이 세상 속에서, 아무리 애쓰고 노력을 해도 기대만큼 결과가 반드시 좋게 만은 나지 않는 이 슬픈 세상 속에서, 잘 살아 있느냐고.


우리가 다시 만나지 않더라도, 다시 그때의 관계로 돌아가지 않아도, 오히려 그저 그 순간의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는 것만이 충분할 수도 있지만. 그냥, 잘 있느냐고, 안녕하냐고 묻고 싶었다. 알던 사람에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알던 사람’이 있다. 시간에 맡겨 잊어버리고 싶은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죽는 날까지 잊지 않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사람에게 한 번쯤은 ‘안녕’을 묻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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