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 않는 습관
일상의 순간을 나름대로 잘 살아내고 있다고 느끼다가도, 한순간에 휘청 넘어질 때가 있다. 날 넘어지게 만드는 원인들은 이것저것 있지만, 그중 하나 큰 것은 바로 '비교하기'이다. 남들과의 비교. 특히나 몸이 지치거나 마음이 힘들 때면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타인과 나를 비교해서 내게 없는 것만을 바라보며 속으로든 겉으로든 불만과 불평, 심하게는 자괴감과 우울로, 때론 두려움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솔직하게는 발레수업을 들을 때도 계속 옆 사람을 보게 된다. 예쁘게 입은 옷들에 눈이 가고,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은 동작에 내 발 모양을 자꾸 고쳐보기도 한다. 그런데 그러다가도, 참 의미 없다는 걸 안다. 왜냐하면 나는 나를 위해서 발레를 하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나더러 발레를 하라고 한 적 없지만, 그냥 내가 재미있어서,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보며 나와 비교한들 무슨 소용이람. 나는 나만의 속도가 있는데.
바를 잡고서 오른발을 앞으로 쭈욱 내민다. 발바닥에 껌이 붙은 것처럼 쭈욱 내밀고, 더 이상 발바닥을 땅에 붙일 수 없을 때 살짝 발을 들고 엄지발가락 끝까지 펴서 땅에 살짝 얹는다. 발등을 쭉 펴서 모든 발가락을 끝까지 쭉 펼치는 동작의 이름은 '포인'. 그리고 그 자세에서 발바닥을 거울을 향하도록 든다. 아킬레스건을 당겨 발가락이 내 몸을 향하게 만드는 이 동작의 이름은 '플렉스'.
처음엔 앞을 향해서 이 발동작을 하다가, 그다음에는 옆을 향해서도 똑같이 '포인'과 '플렉스'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옆으로 발동작을 할 때, 발만 옆으로 가면 안 되고, 허벅지 근육을 사용해야 한다. 허벅지 옆면이 앞을 향해 바라보도록, 다리 안쪽 근육을 돌려서 사용해야 예쁘게 근육이 잡힌다.
"발레리나들이 허벅지 근육이 예쁘게 잡혀있죠? 그게 다 이렇게 평소에 잘 안 쓰는 근육을 하나하나 나눠서 다 사용해서 그런 거예요."
아, 그렇구나. 당연하지만 몰랐던 사실. 어떤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수반되어야 하는 노력이 있다. 예쁜 다리 라인을 얻기 위해서는, 원하는 모습의 춤 선을 얻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선 신경 쓰지 않던 다리 근육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움직이고, 사용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골반과 다리 사이에 이 근육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아주 작게 있어요. 그런데 평소에는 쓸 일이 없다 보니 이 동작을 제대로 하는 게 처음엔 힘들 수 있어요."
내 몸에 나도 몰랐던 공간이 있다. 허벅지 안쪽을 열어서 포인과 플렉스를 옆으로도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공간이. 이미 나에게는 있지만 전혀 몰랐던 내 몸의 비밀. 이런 사실을 하나 둘 알아가는 것이 마치 숨겨진 보물 찾기를 하는 기분이다.
내 몸의 모든 부분에 신경을 쓰며 움직이는 건 너무 어렵다. 다리 동작을 해야 하는데 배의 근육도 신경 써야 하고 머리도 바르게 하고, 팔이나 어깨의 힘은 풀어야 한다. 그런데 너무 재밌다. 이게 내 팔과 다리가, 내 몸이 만들어낼 수 있는 동작이라니! 평소에 신경 쓰지 않던 근육들의 존재를 알아가고 사용해가는 것이 참 재미나다. 그 근육의 존재들을 발레가 끝난 후의 근육통이 증명해준다.
언젠가 이 동작들이 정말 내게 숨 쉬듯이, 밥먹듯이 익숙해지는 날이 온다면, 생각 없이도 그 동작들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가 된다면 그건 삶의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내 마음에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는 마음의 길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아직 그 길이 탄탄하게 잡힌 것 같진 않다.
그래도 하나 발레에서 힌트를 얻은 건, 이미 내게 있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아는 것. 감사할 줄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가장 기쁘게 누리는 것.
여전히 아직도 나는 그 길을 습관처럼 자연스레 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이동해 본 기록을 남겨본다. 그래서 다음에 또다시 이 길로 내 마음을 움직여가야지. 계속 그렇게 움직여 가다 보면, 언젠가는 내게도 새로운 습관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