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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누리 Jan 18. 2024

아프리카 로그 02

24-01-16

- 케이프타운에서 요하네스버그로 새벽 비행.
- 5시간의 자동차.
아프리카의 자연 크루거로.



Q. 로드트립의 매력은

자동차를 몰고 이동하는 여행을 서방말로다가 로드트립이라고 하더라. 로드트립은 오스트리아에서 교환공부를 할 때 처음 접했다. 아니구나 시작은 우리 아부지로 부터. 어린시절 아부지는 주말마다 낡은 세단 뒷좌석에 빽빽하게 삼남매를 나란 앉히고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를 가로질러 이곳저곳을 함께 유람해주셨다.


아무텀 해외에서 그것의 첫번째 경험은 유럽이었다. 유럽은 국경이 붙어 있어서 자동차로 이나라 저나라를 기웃거리는 것이 쉽고 편리했고, EU여권 있는 친구들로부터 에스코트를 받아 동유럽을 로드트립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차 안에서의 음악이나 잔수다가 이동의 지루함을 지워줬다.


두번째는 미국이었다. 한동안 지구의 내핵외핵 뚫고 나오는 화산에 궁금증이 많이 동했었는데. 시애틀에서 공부중인 아는-언니를 꼬셔서 바닷마을 시애틀에서 중부를 지나 화산 구멍이 많은 어떤 네쇼날파크에 도달했었더랬다. 차에서 굳은 빵을 뜯으며 기몇일을 내내 도로만 보았다. 도착지에서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져서 목적했던 것을 본체만체 했는데. 지나고나니 그 여정이 왜그렇게나 마음에 남았는지. 차안밖을 찍은 사진을 오래고 돌려보았다.


미국 로드트립의 기록.



이번 아프리카에서도 로드트립이 예정되어있었다. 아프리카의 매력인 대자연을 사회적 안전망 안에서 관람하기 위해서는 꽤나 깊은 곳으로 찾아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기어코. 비행의 피로가 끈덕지게 남아있는 종아리를 이끌고 다시 새벽의 작은 비행기로 몸을 싣었다. 이후 이어지는 길과 길과 길의 여정.


이번의 긴 이동으로 내가 자꾸만 로드트립으로 이끌리는 이유를 말로 만들 수 있었다.


로드트립의 매력은 동선의 모든 지점을 눈으로 이어-볼 수 있다는 것에 있다. 개별의 랜드마크들만 점핑하다가는 볼 수 없는 도시의 날것의 모습들. 숲과 밭. 주유소와 구멍가게. 하릴없이 도로 중앙을 건너는 행인들. 반질반질 잘 닦인 외국인들을 위한 뷰들 바깥의. 이곳 사람들이 먹고자고 대화하고사랑하고슬퍼하는 장면들을 끊임없이 스친다. 비행에 비행. 이어지는 자동차의 여정으로 퉁퉁 붓는 발목이 무색하게도. 눈과 마음은 새론 세계를 탐미하니라 반짝인다.


특히나 아프리카는 운전석 유리 앞으로 펼쳐지는 초록의 지평과 하루에도 몇번씩 변덕을 부리는 하늘반 구름반 태양반반무마니의 절묘한 조합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단 일분일초도 같은 하늘 같은 초록이 없다. 자연의 색이 이렇게나 다양했던고. 하루도 빠짐없이 내게 주어졌던 지난 하늘들을 돌아본다.





Q. 초록에 관하여

초록의 이야기는 조금더 깊게 나누어야 한다. 나는 초록의 스펙트럼이 이렇게나 다양한 줄은 알지 못했더랬다. 연초록 진초록 물빠진초록 싱긋한초록 단단한초록 흔들리는초록. 초록의 팔레트가 기십가지로 넓어진다.

그림일까 사실일까. 나의 눈이 바로 바라보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곳에서 예술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쩌면 이곳 사람들의 유쾌는 초록과 태양으로부터 기인한 것일까. 갖가지 생각의 뭉게가 피어오른다.


저녁의 초록
비 갠 초록
볕이 강한 낮의 초록
비오는 아침의 초록




꽤나 아웃도어를 곁에 두며 지내왔기에. 도무지 갱신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영역이 한번 더 확장되었다. 역시나 내가 그은 한계들은 무지함과 야트막한 자존심의 콜라보이어라. 한번 더 변덕장이와 거짓말장이를 감내한다. 나는 초록이 많이 좋다. 초록을 이젠 거의 알 것 같다는 이전의 문장을 회수한다.





Q. 사륜을 타고

사파리의 구경은 투어업체를 이용했다.

<Viva Safari>

나무로 지은 집들 앞에 네모진 사륜이 여러대 정차된 곳. 이동으로 들러붙은 피곤을 찬물 세수로 닦아내고 바로 들판으로 숲으로.

거스름이 없는 천정으로 정수리를 타고 바람이 흐른다. 유리가 없는 창으로 아무도 다듬지 않은 나무마다의 불규칙이 시선을 잡아끈다. 엉덩이를 타고 험상궂은 도로의 질감이 전해진다. “인조이 아프리칸 마사지!” 드라이버의 유쾌한 농담에 기분은 한뼘더 하늘로 부양된다.





Q. 그곳에-본래 살던 동물들에 관하여

크루거 첫날 저녁에 본 동물에 관한 기록이다.


1. 코끼리

어쩌다 코가 저리 길어졌을까. 단단한 피부와 늘어진 테이프마냥 답답한 행동거지. 뭐 저런 동물이 다있나.


2. 하마

반신욕이 하루의 업인가. 물 밖에서는 힘을 못추리는 큰 덩치에 관하여. 죽었을까 싶을 때 귀 아래까지 찢어진 입을 벌린다.


3. 임팔라

출산률이 좋구나 초식동물은. 늘 무리지어 다닌다. 많은 개체가 수시로 발견되어 어느 시점부턴 숲의 일부로 당연시 되어진다. 약자란 무엇인가. ‘사자의 스낵’이 되기에는 털결이 너무 여리다.


4. 코뿔소

사륜에 탄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녀석이다. 사람들은 희귀하고 강한 것들을 좋아해. 아니다 강한 것이 희귀한 것일까. 아무렴 나의 원펀치론 간지럼도 느끼지 못할 것 같은. 많이 두껍고 묵직한 녀석. 바위돌을 깎아 얹은 양 얼굴 중앙에 승리의 무기를 달고 다니게 된 영문이 궁금해진다.


각각의 동물을 높은 자동차 시트에 앉아 관람하고 평가내렸지만. 이 마저도 Viva Safari를 통해 무리지은 사륜이 없었더라면 본인이 가장 약자이다.(3대 150) 길에서 만났더라면 한주먹거리 인간. 나다.

실은 모든 도시가 자연이었다. 어쩌다가 날것의 자연까지 비행과 비행. 주행과 주행이 필요해지게 되었을까. 강자와 약자. 지구와 인간.


매초분 메일함과 월급통장만 노려보던 뻑뻑한 시선이 지구로 행성으로 확장된다.

그래 이것이 여행을 하는 이유였더랬지.



코끼리 코뿔소다. 임팔라는 사진을 찍지도 않았네 ..





데이터가 .. 드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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