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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누리 Sep 23. 2015

담배

담배는 분홍색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지난 봄부터 담배피는 사람들을 동경했다. 마치 셀프 레드썬을 하는 양, 담배인들은 빌딩입구의 7분남짓한 한까치만에 맑고 새로운 정신으로 본인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용기없는 나는 고냥 부럽다 부럽다 하면서 빌딩입구에 따라가나가, 옆에서 춥다춥다 종종대는 간접흡연으로 그 동경을 달랬다.



나는 막대기 담배앞에서는 쫄보이지만, 물담배는 싫어하지 않는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올 것 같은 물단지를 캄캄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모금씩 한숨을 주고받는다. 너의 한숨을 듣고, 나의 한숨을 털어놓는다. 담배가 신체건강에 미치는 영향때문에 공공의 적이 되었지만, 이따금씩의 각잡고 한숨뱉기는 오히려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이라 합리화한다.  



담배는 분홍색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식물의 이파리이다. 상추도 이파리이고, 김치도 이파리인데, 담배도 이파리이다. 용기없는 나는 담뱃잎을 태우는 대신, 담뱃잎에 삼겹살을 싸먹는 상상을 한다. 담배로 김치를 담그는 상상을 한다. 담배꽃을 말려 정호승시집의 책갈피를 만드는 상상을 한다.



만약 인간이 담배를 환각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분홍색 담배꽃을 선물받은 여자친구나, 가족을 위해 담배 반찬을 준비하는 다정한 엄마가 있었을 것이다. 아아 담배도 그저 식물일 뿐인데. 담배는 죄가 없다. 담배를 이용하는 방법에 죄가 있다하며 조용히 담배의 편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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