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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누리 Aug 02. 2015

감정에 솔직한 연애를 해야 하는 이유

연애 끝에 바삭바삭한 사람이 '연애의 갑'이다.

요즘은 흑인 아저씨가 무거운 흑색건반을 반주로 하고 연인을 향해 부르는 찐득한 재즈음악을 듣는다. 이따금씩 이름이 야한 악기인 색소폰 소리도 나온다. 요런 찐득한 노래를 들으면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오래 좋아했던 이와 안좋은 결말을 맺고, '왜지 왜지 왜도대체 왜 나를 내가 뭐가 문제지!'하면서 어떤 스님의 연애강의를 유튜브에서 봤었다. 스님께서 연애는 항상 쌀과자처럼 바삭바삭해야 한다고 하셨다. 관계에 대해 찐득찐득해지는 순간부터 둘은 건강하게 사랑할 수 없다고 하셨다.


유튜브를 보고서 나는 연애의 순간에는 찐득찐득하지만, 엔딩에서 바삭바삭한 사람이라는 자아성찰을 하였다. 나는 낫 쿨하게 벗 찌질하게 좋다는 표현 및 싫다는 표현을 원 없이 한다. 사실 안 그런 적이 있는데 그때 나는 서울바닥에서 제일 찐득거렸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찐득댔다. 지금도 종종 이불차기 하는 에피소드는 거의 그 일주일내에 발발했다. 가령, 새벽 문자 보내기나 바짓가랑이 잡고 안 놔주기 같은 것이었다. 돌이켜 생각하니, 당시 나의 24 아워의 찐득함을  참고받아준 지인들에게 찐한 진심의 감사를 보낸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 이후에, 내가 술을 먹으면 항시 주장하는 개똥연애철학 "나누리의 갑을론"이 탄생했다. 연애의 진짜 갑은 연애 장면 아이엔지가 아니라 엔딩이 났을때 아쉬움이 없는 쪽이란 것이다. 음 고고한 척하면서 감정과 생각을 꽁꽁 싸매고 있다가, 관계가 다 끝나고 나서 이럴걸 저럴걸 하면 그게 바로 찐득 찐득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유치한 짓도 서슴지 않고 사랑꾼 역할을 매우 충실히 한다. 솔직히 약간 부끄럽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쑥스러움을 극복하고 나의 뜨거운 애정을 전하는 것이 용기로운 연인이라고 셀프 세뇌하며 한 발자국씩 특급 사랑꾼에 다가간다.


연애는 이 세상에서 내가 겪을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깊게 타인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는 일이다. 연인 관계의 형성과 유지는 본래 감정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그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유치뽕짝 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나는 그러한 감정의 표현과 다툼이 결코 하찮은 유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간의 보통 사회는 이성이 감정의 우위인양, 감정을 누르고 이성을 유지하는 것이 우아한 지식인의 모습으로 비추어 왔다. 그러나 그러한 이성의 승리는 자신의 감정을 잘 성찰하고 있는 경우에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지혜롭게 대처할 줄 아는 상태이다. 따라서 이는 그저 나의 감정을 알지 못해서 이성만이 지배적인 상태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연애는 나와 타인의 감정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경험이다. 연애를 통해,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고,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나아가, 삐딱한 내 감정에 대처하는 방법도 습득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 학습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으로써 그룹에 보듬어지고, 번식에 성공하는 것에 지대한 도움을 준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고, 사랑해본 사람이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썸이니 밀당이니 하는 것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젊음의 남녀에게, 그러한 거짓부렁일랑 집어치우고 온마음을 다해서 표현하라고 이마때리기를 한다. 그리고 결혼하기까지 대략 10년 남짓남은 유한한 자유시간동안에 나부터 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노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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