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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누리 Oct 26. 2015

싸구려 ㄹㅓㅂㅓ(lover)

싸구려는 평등하다.

선생님은 나를 싸구려라 하셨다. 나는 내가 싸구려임에, 싸구려를 사랑하는 것에 십분 동의한다. 모순적 표현이지만, 나는 고급 싸구려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하겠다는 포부로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아직 만들지는 못했다.)



싸구려는 평등한 재화이다. 만이천원짜리 커피도 있지만 천원짜리커피도 있다. 만이천원짜리커피는 우아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천원짜리 커피도 평등함의 아름다움이 있다. 천원짜리 커피 앞에서는 누구도 비극적이지않을 수 있다. 싸구려는 허구적인 돈놀이 앞에서 모든 사람을 떳떳한 사람으로 존재케 해준다.



나는 싸구려가 좋다. 누구의 손에나 잡히고, 누구나 먹을 수 있고, 누구나 살 수 있는 세상거리들이 많이지기를 꿈꾼다. 누구도 내가 만든 무엇 앞에서 슬픔의 감정을 품지않기를 바란다.



돈은 모든 것의 본질적 차이들에 검은칠을 해버리고, 몇자리 숫자아래, 숫자외에는 동일한 것으로 만든다. 돈이 붙은 어떤 것들 앞에서, 나는 가치관을 잃고, 돈의 가치에 휘둘린다.


그럼에도, 싸구려는 돈의 가치를 내팽겨침을 통해 사람으로 하여금 조금이나마 무엇의 본질을 보도록 해준다. 그래서 나는 싸구려가 좋다.



나는 사람도 싸구려 사람이 좋다. 고고한 모양새나 겉치레없이 날것의 진심을 오가는 관계를 사랑한다. 나는 너와 내가 존재하는 찰나의 생각과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해내는 것을 아름답다이야기한다. 허구와 허세는 텅 빈 허무만을 남길 뿐이다.



나는 구질구질한 눈물콧물 섞은 싸구려 술자리도 사랑하고, 찌질한 짝사랑도 지향한다. 나는 찌질하고 구질구질한 것이 좋다. 나는 지독한 찌질이인데, 내가 좋은 것에 관해 진심으로 마음하고, 진득한 구질함으로 태도한다.



나는 다듬어지지않은 싸구려 대화를 좋아한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볼법한 복잡한 계산없는 진심을 듣는 일이 좋다. 신촌시절에는 종종 맥주친구나 소주친구들과 세상에서 제일 저질스러운 진심을 나누는 저녁이 종종 있었는데, 요즘 아는척 똑똑한척을 두달남짓 하고나니 그 싸구려 대화가 까마득하다.



그래서 나는 뭐 메모장이나 노트에나마 육두문자나 치졸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 나의 찌질함을 감히 보존하고 있다. 어제 새벽에 천정 벽지를 보믄서, 적어도 30살이 되기 전까지는 계속 싸구려 찬미를 하는 편이 좋다는 생각했다. 참 오랜만에 어떻게 하면 고급 싸구려를 만들 수 있을지를 망상했다.



42호 침대 언저리에서 도지마롤보다 맛있는 붕어빵을 만드는 구름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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