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 자매집

12월 1일 오후 3시

by 나누리

얼마만에 대낮에 술병 뚜껑을 빙글인다. 실험 재료를 사러간다는 명목으로 백팩을 2킬로구람 채우고서 을지로와 청계 상가들을 한바꾸하고서 광장시장엘 왔다. 을지로와 종로 일대는 지하철역으로치면 1가 2가 3가 4가 5가.. 무지하게 그 프랜차이즈가 많지마는, 사실상 뚜벅이 걸음으로는 그곳이 그곳인 자매 동네이다.


육회 자매집 3호점이 역 근처에 있지만, 삼사분 더 걸음하여 1호점에 궁뎅이를 비집고 바득바득 자리한다. 자매집은 언젠가 내부를 싹 리모델링을 하여, 옛날의 아랫목같은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처음 왔던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장에서 간만에 날고기를 질겅이는 것이 어디냐하는 생각에 이모를 호출하여 매화수도 일병 시켰다.


대각의 남자가 이야기한다. 쉬운 일이 없다. 나는 조용히 육회 두꼬집을 입안에 털어넣으면서 쉬운 일이 없지만, 어려운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다는 것은 결코, 어렵다는 것과 등호를 마주하지 않는다. 항상 쉽지 않지만 어렵지 않은 것들이 내가 괜찮은 인간임을 확인시켜준다. 그래서 나는 쉽지 않은 것을 배척하지 않는다.


육회를 만드는 일은 과연 어려운 일인지, 쉬운 일인지 생각해본다. 육회라는 것은 날고기여서 이렇다할 조리라는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가 해보자니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런 것이 쉽지 않지만 어렵지도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아마도 여기 자매집에 들어찬 대부분의 얼굴들이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일 것이라. 쉬워 보일 수 있으나 쉽지 않고, 그렇다고 하여 할 수 없을만치 어렵지도 않다.


매화수를 비우면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기에게 딱 그러한, 그러니까 자매집에서 육회를 만드는 것 같은 적당한 일들을 찾아서 하는지 신통도 하구나 생각한다. 어쩜 그렇게 잘들 하고 있구나 생각한다.


아쉽지만 엉덩이를 툭툭 털고나와 발간 낯으로 청계천을 걷는다. 항상 그대로인 영정 초상화를 그리는 아저씨와 낡은 기타를 파는 아줌마를 본다.


어쩜 그렇게, 누구도 부족하지 않고, 모두가 참 쓸모있다.





맑은 겨울의 을지로. 취기가 올라 청계천 사진을 찍는 것을 깜박한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