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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May 21. 2020

태어나서 처음으로 민원이란 것을 넣었다.

스마트 민원, 국민 신문고,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국민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사용할 일이 없을수록 평화로운 삶은 살아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나 역시 이렇게 민원을 많이 이용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8일,  이른 아침에 갑자기 집이 흔들렸다. 우리 부부는 놀라서 잠에서 깼다. 소리 나는 곳으로 달려가 창문을 열어보니 대형 장비가 들어와 공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시간은 아침 7시 반이었고, 이때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던 때였다. 게다가 공사 현장은 바로 우리 옆집이었다.


우리 집 창문에서 보이는 공사현장


나는 기가 막혔다. 겨울 내내 공사도 하지 않았고, 유행병이 도는데, 외부 사람들이 오가는 공사라니, 그것도 이런 이른 아침에 아무런 통보 없이 공사 개시라고? 건물을 짓는 공사라서 적어도 6개월은 걸릴 텐데 여름에 소음은 어떻게 할 건데?


속이 먹먹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스마트 불편신고라는 앱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집에서 공사현장이 바로 보였기 때문에 사진을 찍고 민원신고를 했다.



띠링~!

문자로 진행 상황을 알려줬다.


“오 이제 뭔가 문제가 해결되려나보다.”


라고 생각한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솔직히 공사 현장에서 소음이 안 날 수 있겠는가?


민원에 답은 구청에서 행정지도를 잘하겠다고 왔지만, 며칠 지켜봐도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민원을 넣었다.



띠링~!

똑같은 프로세스가 반복되었다.


그래도 변한 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나는 너무 이름 아침에 시작하는 공사 소음으로 인해 잠을 깨곤 했다.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거의 매일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 구청에 보냈다. 그러나 개선된 것이 별로 없었고 나는 국민 신문고에 구청 공무원을 소극적 민원 처리로 고발했다.


이 처리가 어느 정도 먹혔을까, 드디어 구청 담당자와 통화하게 되었다. 구청의 환경과, 건축과, 주택과 모든 과와 통화를 했다. 하지만 통화를 하는 와중에도 공사현장의 이른 아침에 나는 소음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나는 인터넷에서 행정지도를 어길 시 공사를 1주일 중지시킬 수 있다는 변호사의 글을 읽고 또 민원을 넣었다. 이번엔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는지 바로 전화로 답변이 왔다.


“건축과에서 검토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며칠을 기다렸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민원 답변 기간이 지나자, 다시 구청 해당과를 고발했다.



그러자 이제야 전화가 왔다.


법적으로 공사를 중지시킬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그럼 왜 지금 말하는 걸까?

강제성이 없으니까 저 사람들이 남 배려 안 하고 공사를 막하는 것이라는 말인가?

그럼 행정 지도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이것이야말로 예산낭비 아닌가?


나도 또 민원을 냈다.

“강제성이 없으면 담당자가 와서 감시해 주세요.”


내 민원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행정지도 내용은 이른 아침 공사를 8시 이후에 시작할 것, 주말 및 공휴일에는 소음을 낼 작업을 자제할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공사장은 상습적으로 행정 지도를 어겨왔다.


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환경과 팀장님이었다.


“현장 감리한테 매일 아침 8시에 가 있으라고 하겠습니다.”


오, 말이 통한 것인가?

그동안 현장에서 행정지도를 수차례 어긴 증거를 내가 찍어서 환경과와 건축과에 신고했던 보람이 있었다.


우리 집 앞에는 어제부터 구청 감리분이 8시에 오신다. 오늘은 어째 9시 넘어서 오신 듯, 현장에서 또 행정 지도를 무시했다. 그럼 나는 동영상을 찍어 바로 감리분께 메시지로 보낸다. 환경과 팀장님께서 감리 담당자분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셨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결코 소음이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있어서가 아니다.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상대에게 내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기 때문이다.


물론 민사 소송을 걸거나 분쟁 조정위원회를 통하는 방법도 있다. 오히려 이번 문제는 소음이 그렇게 크지 않는데 이른 아침에 공사가 시작하는 것에 있어서, 소송을 해도 승소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뿐이다.


앞으로 계속 매일매일 감리 분이 나오기로 하셨으니 행정지도를 얼마나 잘 시키는지 지켜보겠지만, 얼마든지 민원을 넣을 준비는 되어있다. 토요일은 감리분이 쉬시지만, 공사는 진행되기 때문에, 행정지도를 어길 시에는 민원을 넣을 수밖에 없다. 연락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는 뜻이다.



4월 8부터 5월 16일까지 18번에 걸친 스마트 불편신고와 2번의 국민 신문고 민원을 냈고 1건은 연장 중이다.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사람들 때문에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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