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정직함이다
지구 상에서 살아 움직이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군집,
즉 사회를 이루면 이내 이끄는 존재와 따르는 존재로 나눠진다.
약 2000년 전 로마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글래디에이터>는 한때 로마 북부군 총사령관이었지만 검투사로 살아가게 된 한 남자의 복수극이다. 주인공 막시무스는 정직하고 청렴한 인격으로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그를 총애한 왕은 왕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아들 대신 막시무스에게 권력을 이양하길 원하지만, 세자 코모두스는 왕을 살해하고 억지로 권력을 잡는다. 결국 막시무스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검투사 신분으로 살아가며 세자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린다.
영화 내내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결투신, 상남자 막시무스의 폭풍 간지와 직접 갔던 로마의 과거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막시무스라는 인물의 '카리스마'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는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막시무스는 엄청난 카리스마의 소유자이다. 그는 같은 검투사들부터 로마 병사들, 원로원, 왕에 이르기까지 계급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고 따르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극 중에서 그의 이름은 그 자체로 신뢰와 청렴을 상징하는 브랜드나 다름없다. 같은 검투사들에게 그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동료이며, 폭군에게 반란을 꾀하는 이들은 그를 영입해 로마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 왕을 몰아내는 정당성을 확보하려 노력한다.
영화가 끝난 후 카리스마가 어디에서 오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카리스마를 뜻하는 Charisma는 "재능", "신의 축복"을 뜻하는 그리스어 Kharisma로부터 유래했다고 한다. 정말 어원처럼 카리스마는 타고나는 건지, 후천적인 영향은 없는지 고민하다가 이에 대한 좋은 글을 발견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577363&cid=59039&categoryId=59044
카리스마란 '많은 사람들을 휘어잡거나 복종하게 만드는 능력이나 자질'을 말한다. 권력이나 재력으로 억지로 복종하게 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진정한 카리스마는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따르고 싶게 만든다. 위 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카리스마는 원인이 아닌 결과로부터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어떤 사람 자체만을 보고 카리스마가 있다 없다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무리를 문제없이 잘 이끄는 모습을 보고 '카리스마 있다'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뜻이다. 두 번째 핵심은 카리스마의 본질은 '정직'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정직이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심리학에서 정직이란 다음의 특징을 포함하는 더 넓은 의미를 가진다.
<정직한 사람들의 특징>
1. 타인을 조종하지 않고 가식적인 것을 싫어한다.
2. 공정하고 준법적이며, 부와 사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청렴하다.
3. 자신이 특별히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따라서 약자라 하더라도 특별한 하대를 하지 않는다.
나는 두 가지 핵심에 모두 깊이 동의한다. 작년 1년간 동아리 부회장을 맡았다. 우리 동아리는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는 동아리가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생활을 개선시킬 적정기술을 개발하는 동아리였다. 모여서 노는 것보다 모여서 일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회장단은 각자 프로젝트 팀을 하나씩 맡아 1년 동안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모든 동아리원이 큰 열정을 가지고 동아리에 들어오지만, 안 그래도 바쁜 학기 중에 주기적으로 동아리 회의에 참여하고 기술 개발도 잘 안되면 점차 의욕을 상실하기 시작한다. 이럴 때마다 나와 회장은 팀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사기도 북돋으며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시켰다.
함께 일하는 1년 동안 회장의 모습에 여러 번 감명받았다. 졸업이 코앞이라 이래저래 일이 많다는 핑계로 가끔씩 뺀질거렸던 나와 달리, 그 친구는 나보다 훨씬 일도 많이 하면서 불평 한 번을 하지 않았다. 항상 동아리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했고 솔선수범했다. 매일 동아리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고민했고, 부원 중 누구보다도 동아리를 소중히 여겼다. 회장이 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카리스마 있다고 여겨지지 않던 그가 임기가 끝난 후 누구보다도 카리스마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회장을 포함해 내가 본 훌륭한 리더들은 모두 공정하고, 약속을 어기지 않았고, 남을 무시하거나 자랑하지도 않았으며 항상 솔선수범하는 사람들이었다. 한 마디로 정직한 사람들이었다. <글래디에이터> 속 막시무스도 내가 본 좋은 리더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항상 최전방에서 병사들을 지휘했고, 진실만을 말했으며 부하들의 소중함을 잊지 않았던 리더였다. 진정으로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존경받는다. 존경은 리더의 훌륭한 인성으로부터 나온다. 훌륭한 인성은 그 자체로 카리스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