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는 매주 극장을 찾는 몸이지만, '이번주 수요일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할까?'의 기대가 담긴 긍정적인 마인드였던 과거에 비해 '이번주에 극장을 가서 굳이 돈을 써야 될까?'로 바뀌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너무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몇 년 만에 에이리언의 후속작이 개봉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뭐 포스터부터 대놓고 호러다. '페이스 허거(face hugger)'라 불리는 저 녀석이 인간의 머리에 붙어있는 것 자체가 너무 반가운 수준. 이렇게 큰 기대를 안고 극장을 방문한 건 몇 달만이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켰다. 에이리언 1과 2의 팬으로서 그 특유의 진득한 에이리언의 냄새가 났다. 특히 수많은 페이스 허거들이 날뛰기 시작하는 장면부터 인간의 가슴을 뚫고 태어나 벽에 달라붙어서 순식간에 성체가 되어 부화하는 스코치드 제노모프의 모습까지만 딱 봤는데도 이건 끝났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들었다. 사실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 커버넌트>는 에이리언 1~4편에 비해 철학적인 요소가 많이 담겨있었다 보니, 에이리언 시리즈 특유의 공포감을 느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나를 비롯한 몇몇 팬들에게 있었을 것이고, 그런 아쉬움이 이번 편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역시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시 그 오리지널 에이리언의 색깔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이 애를 많이 썼다고 느낄 정도로 굉장히 공포스럽고 스릴 넘치는 편이었기에 '그래, 이 맛이지!'라는 생각을 절로 하지 않았을까 싶다.
쓰다듬고 싶은 우아한 대가리
하지만 분명 개인적인 아쉬운 점은 있었다. 녀석들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공포감을 조성하는 에이리언 시리즈 그 특유의 냄새가 담겨있던 건 너무 반가웠고 좋았지만, 돌이켜보면 액션씬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레인이 자신이 버리고 간 앤디를 다시 데리러 간 장면에서 칩 바꿔 끼고 도망갈 시간까지 다 기다려주다가 뒤늦게 쫓아가서 난사되는 총알에 머리 터져 죽는 녀석들의 스윗한 모습이 나에겐 유일한 흠으로 느껴졌다.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후속작이 확정되지 않은 점. 아무래도 에이리언 1과 2 사이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는 점과, 몇 년 만에 나온 후속작이었다는 점에서 에이리언 시리즈가 앞으로도 이어질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 티켓값이 많이 비싼 요즘으로썬 이런 영화들이 자주 나와줘야 극장 갈 맛이 날 텐데 이러한 우려는 나에게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난 이 에이리언 시리즈가 이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후속작을 내놨으면 좋겠다. 리들리 스콧의 손길이 들어가면 더더욱 좋고. 나에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런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 영화는 에이리언 시리즈가 유일무이하니까. 후속작 제작 확정되면 만 원 보태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