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 2
(spoiler)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시즌 1에 이어 3년 만에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시즌 1의 명성을 그대로 이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나는 공개 당일에 7편 전부를 시청했다. 아... 근데 이게 가면 갈수록 내가 재밌어서 이걸 보고 있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면 스포일러를 당하기 싫어서였을까. 오히려 이게 더 가까웠을지도. 지금부터 기록할 내용은 이번 시리즈에 대한 매우 주관적인 후기다.
시작은 좋았다. 1화가 갖춰야 될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그에 있어서 1등 '공신'이었던 공유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양복남'으로 불리는 이 역할이 사실 시즌 1에서는 그렇게 큰 임팩트가 없었다. 근데 시즌 2로 넘어온 양복남은 미친 수준이었다. 1화 전체를 지배했다. 특히나 마지막에 성기훈과 진행했던 러시안룰렛에서의 양복남은 공유 연기 역사상 가장 훌륭했던 연기라고 생각될 만큼 인상 깊었다. <도가니>, <부산행>, <밀정> 등에서의 연기도 좋았지만 이번 <오징어 게임 시즌 2>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
물론 공유의 임팩트 때문에 가려진 불필요한 장면들도 몇몇 있었다. 인물을 등장시키기 위한 장치를 하나씩 걸어뒀는데 장치를 그렇게 거는 게 최선이었나 싶을 정도로 질 낮은 연출을 보였다. 경찰 황준호(위하준 扮)의 첫 등장 장면과 성기훈이 지내는 모텔을 보여주는 장면에 등장한 두 커플이 대표적이다. 시즌 1의 엄청난 흥행이 있었기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번 시리즈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고, 예상대로 이 시리즈가 공개된 후 93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짜인 각본이라고 하지만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어느 정도 고려해 봐야 됐고, 이 장면들이 여기에 과연 필요한 장면인가도 충분히 생각해봤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 이후부터는 시즌 1과 비슷하게 전개된다. 게임을 진행해 가면서 탈락(사망)자가 발생하고 그 수만큼 상금이 올라가는 방식에 한 게임이 끝날 때마다 투표를 진행하여 과반수 이상 동의하면 게임이 중지되고 생존자들끼리 상금을 나눠 갖는 룰이 추가됐다. 어김없이 첫 번째 게임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진행되었고, 이미 경험을 했던 성기훈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게임을 주도한다. 그렇게 첫 게임이 끝나고 나서부터, 이 시리즈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내리막을 걷게 한 가장 큰 원인은 각 인물에 부여된 설정이었다. 시즌 1과 겹치는 캐릭터(상우와 정배, 오일남과 오영일, 덕수 무리와 타노스 무리 등)도 많고 새로 등장한 캐릭터도 많은데, 누구 하나 매력 있는 캐릭터가 없었다. 너무 애매한 친구 같은 정배, 게임에 참가한 이유를 모르겠는 오영일, 전과를 떠나서 연기가 붕 떠있는 타노스는 시즌 1을 그립게 만들 정도였고, 영화 <미스트>의 카모디 부인을 연상케 하는 용궁 선녀, 시종 벌벌대며 뭐 하나 나아지는 구석이 없는 민수, 열심히 탄창 가지러 갔다가 돌아가기 두려워서 침대 뒤에 짱박힌 해병대 출신 대호까지... 고삼차와 고구마를 같이 먹는 기분이었다. 그나마 매력 있다고 생각했던 세미(원지안 扮)는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고, 노을(박규영 扮)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채 시즌 3로 토스됐다. 그렇다 보니 보는 입장에서 각 인물들에 이입될 충분한 동기가 많이 부족했다.
이뿐인가, 성기훈의 신념에 대해서도 의문점을 가졌다. 분명 더 이상의 희생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 그가 갑자기 대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자는 결정을 내린다. 보통 주인공 급으로 비중이 높으면 결정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그것도 아니었다. '가면 대장을 치려고'의 목적은 애초에 있던 성기훈의 목표의 범주에 들어가는 내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기훈의 그런 결정은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이었다. 그리고 설정도 설정이지만 시즌 1과 달리 이정재의 너무 힘이 들어간 연기톤에서도 어색함이 느껴졌다. '수양대군이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는 것 같다.'는 평이 있을 정도. 내가 변심할 상인가.
전개 방식도 그다지 좋진 않았다. 시즌 3까지 보면 총 14부작으로, 9부작인 시즌 1에 비하면 5편이 많은 셈이다. 근데 이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이진 않았다. 속도감 있는 전개보다는 인물간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 점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장치가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OX 즉, 투표 과정이었고 심리가 잘 녹아 들어가있긴 했다. 그러나 이 기나긴 과정을 한 번이 아닌 두 세번 집어넣다보니 인물 묘사고 뭐고 너무 지루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오히려 메인 게임 진행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느낌도 강해서 아쉬웠다. 이러한 모습이 7화의 액션씬까지 이어졌다. 총 쏴본지 오래된 참가자들은 그렇다치고 총 쏘는게 일상인 가면들은 왜 저렇게 답답한지. 이 모습마저도 최대한 참가자들간의 심리 변화를 담아내려고 하는 것처럼 보여서 아쉬웠다.
이러고 갑자기 끝.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게 시즌 3에 이어지길래 이렇게 끊은 건지 모르겠다. 현 시즌이 실망스럽다가 그 다음 시즌이 엄청나게 잘된 경우를 아직까지는 보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현재 나의 기대감은 거의 바닥 수준이다. 분명 반년 뒤에 공개되는 시즌 3도 궁금한 것보단 스포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보는 게 더 큰 이유가 될 것 같다.
3.0 / 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