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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테크 Oct 31. 2022

갓생을 살지 않기로 했다


갓생을 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시대이다. 유튜브와 sns에는 새벽 일찍 일어나 하루 24시간을 꽉꽉 채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미라클 모닝을 비롯해 하루를 알차게 보내지 않으면 마치 인생을 낭비하는 것 마냥 다그치는 자기계발서들도 즐비하다.



그런 컨텐츠들을 보고 있자면 아침에 겨우겨우 눈을 떠서 출근을 하고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다 피곤에 쩔어 집에 들어와 기력이 없어 침대에 눕는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억지로 피곤한 몸을 일으켜 꾸역꾸역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한다.



생각해보면 하루를 단 1분의 낭비도 없이 꽉꽉 채워 알차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일주일 내내 아침 6시에 기상해 밤 11시반까지 공부를 하는 일상을 3년간 겪다보니 자연스럽게 24시간을 꽉 채워 살아가는 삶에 익숙해졌다.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그 때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대외활동을 하면서 친구들도 만나고 동아리 활동도 하는 만능 대학생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직장인이 된 이후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진학, 대학생 때는 취업이라는 사회적인 목표가 있었지만 직장인이 되니 그런 목표가 없었다. 그랬기에 억지로 꾸역꾸역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게다가 2020년 하반기에 취업을 했을 당시 사회는 회사생활에 올인하면 바보였고 빨리 자산소득을 형성해 파이어족이 되는게 모두의 꿈이자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더 좋은 회사로 이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패배자인냥 취급하는 분위기도 팽배해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 또한 입사와 동시에 이직과 퇴사를 꿈꿨다. 근로소득에만 기대지 않겠다며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고 별도의 파이프라인이자 나의 인생2막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생각하며 블로그 운영에 힘쓰고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이직 준비 또한 게을리 할 수 없기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팔자에도 없는 코딩 공부를 하고 자소서를 썼다. 그렇게 1년 정도를 살고 마침내 이직에 성공한 후 나는 방향성을 잃었다.



사는게 재미가 없었다. 새로운 회사에 조금 적응한 후에는 목표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최소 3년 이상은 이 회사를 쭉 다닐 것이기에 더 이상 이직 준비는 필요 없었고, 블로그나 브런치 운영은 이미 내 일상 중 하나였다. 재테크 공부는 여전히 하고 있었지만 당장 큰 부를 이루어서 퇴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장기적인 목표일 뿐이었다. 게다가 이직한 회사는 집에서 왕복 3시간 거리, 출퇴근만으로도 기진맥진해진.



그럼에도 나는 '하루를 알차게 보내야해, 회사-집만 반복하면서 무의미하게 살 수는 없어' 이런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  집이 멀기에 저녁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아침 6시반에 일어나 부지런히 출근을 했고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피곤한 눈을 부릅뜨고 책을 읽었다. 퇴근 후에는 피곤과 배고픔에 쩔어있는 몸을 이끌고 헬스장에 갔고 운동이 끝나고 집에 와서도 쉬지 않고 부동산 공부를 하거나 블로그를 썼다. 그러다 보면 잠드는 시간이 늦어졌고 수면시간이 부족해 다음날 피곤함에 몸부림 치는 일상이 지속되었다.



그러다 결국 몸에 무리가 왔다. 만성 피로에 시달렸고 하루 종일 머리가 아프고 멍했다. 회사 업무에도 집중할 수 없었고 집에 돌아와서 개인적인 할 일 역시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쉬는 것이 두려워 나태해진 것 같은 내 자신을 자책하고 채찍질했다. 그 끝은 번아웃과 무기력이었다. 갓생을 사는 내 모습이 더 이상 즐겁지도 않고 뿌듯하지도 않았다.



지난 내 삶을 돌아보니 내 자신이 안타까웠다. 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내 몸을 혹사시키면서 치열하게 살아온걸까. 왜 항상 열심히 살아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조금의 휴식도 용납하지 못했을까. 하루 정도 책을 읽지 않는다고 큰 일 나지 않는다. 수험생도 아닌데 공부 조금 덜 한다고 뒤쳐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갓생을 살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는 내 마음에 좀 더 귀기울이며 지금의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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