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집, 좋은 차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물건을 진짜로 원한다기보다는 그 물건을 소유하고 소비함으로써 남들에게 비춰질 나의 모습, 남들이 나를 부러워할 것이라는 생각을 원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선을 넘어서서 소비를 하는 것은 대개 자신의 소득과 관련된 자존심의 반영이며, 내가 돈이 있다고 혹은 돈이 있었다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행위이다.
우리는 보이는 것으로 부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눈앞에 있는 정보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남들의 은행 잔고나 주식 잔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의존해 남들의 금전적 성공을 가늠한다. 자동차, 집,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같은 것 말이다.현대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성공한 척 흉내내도록 도와주는 것을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사실 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부란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바꾸지 않은 금전적 자산이다.
은행에 있는 현금은 우리가 커리어를 바꾸고 싶을 때, 일찍 은퇴하고 싶을 때, 어떤 걱정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을 때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이는 인생에 있어 대단한 혜택이다. 너무 크고 중요해서 가격을 붙일 수 없고 말 그대로 계산이 불가능하다.
생각해보면 돈 때문에 하고 싶은데 포기한 것들이 참 많다.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1:1 PT를 받았는데 트레이너가 자세를 잡아주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 좋았기에 여유가 된다면 계속 PT를 받고 싶었다. 중간에 요가도 배웠었는데 요가원 특유의 분위기와 요가를 통해서 얻는 심신의 안정이 정말 좋았다. 하지만 PT도 받고 요가도 한다면 한 달에 운동비로만 최소 50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했다. 그래서 결국 나는 헬스장에서 혼자 운동을 하고 집에서 유튜브로 요가 영상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은 참 많다. 커피를 좋아해서 바리스타 과정도 들어보고 싶고, 드럼도 배우고 싶고 춤도 배우고 싶다. 하지만 PT, 요가, 바리스타, 드럼, 춤 이 모든걸 다 한다면 한 달에 취미 비용으로만 최소 100만원 이상씩 들어갈거다. 내 인생의 풍요로움을 위해 그깟 100만원 쯤 쓰는게 뭐 어때서?라고 하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만약 하고 싶은걸 다 한다면 식비나 쇼핑비 등 다른 항목에서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다. 내 소득은 한정적이고 미래를 생각하면 무한정 소비만 할 수는 없으니까.
어느 정도의 자산을 가져야 부자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돈 걱정 없이 마음껏 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부자의 정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