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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Jul 04. 2022

괴작인가, 역작인가?
'펩시 가라아게 전용 콜라'

#이 음료에서는 치킨(가라아게)과 어울리는 맛이 납니다

치킨집이 가득한 골목을 홀로 거닌다. 치맥을 하지도, 콜라를 시키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새로 사 온 '치킨펩시'에 함께할 치킨을 찾는 것이다. 치킨집의 문을 열자 손님들은 들고 있던 닭다리를 떨어뜨리며 외쳤다. "그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음료신상털이 마시즘이다!"



신상펩시가 나왔다고 해서 주문했죠 

그런데 가라아게 펩시가 올 줄 몰랐어요

(콜라덕후의 심장을 튀기는 비주얼)

기묘한 펩시가 마시즘의 손에 들어왔다. 평범한 펩시제로처럼 생긴 이 음료의 포장에는 라임 같은 과일이 아닌 치킨(가라아게)이 그려져 있다. 이 녀석의 이름은 '펩시 제로 가라아게 전용 콜라'다. 설마 이거.. 가라아게 맛이 나는 건 아니겠지? 산토리펩시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녀석들이다. 


(어지럽다 산토리펩시)

그렇다. 산토리펩시는 펩시 본사에서도 내지 않는 돌연변이 같은 괴작 펩시를 내기로 유명하다. 팥맛 펩시를 낸 적이 있고(사람들은 이 펩시로 밥을 지어 마셨다), 풀맛 시소 펩시를 낸 적이 있고(역시 사람들은 밥을 지어 먹었다), 펩시블루, 오이맛펩시 등등 콜라덕후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제품을 만들었다.


이번 역시 만만치 않은 타이틀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요즘 산토리펩시는 괴작을 덜 내고 있었지. 생맥주 같은 펩시(펩시 나마)나 내고 말이야. 그렇게 '펩시 가라아게 전용 콜라'를 마셨다.


그런데. 치킨 맛이 나지 않는다.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 음료에서는 가라아게 맛이 나지 않는다

(우린 이걸 사이다라 부르기로 했어요)

'펩시 가라아게 전용 콜라'를 마셔봤다. 일단 이 음료는 다른 콜라들과 달리 투명한 색깔을 자랑한다. 사이다라고 하기에는 확실히 콜라의 달콤한 향이 은은히 풍기고 있다.


놀라운 것은 분명 달긴 하지만 끝 맛이 전혀 남지 않는다 싶을 정도로 깔끔해서. 콜라치고는 굉장히 삼삼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다른 콜라들과 비교하면 너무 맛이 덜 나는 거 아냐?


하지만 이 녀석은 어디까지나 '치킨(가라아게)'과 함께 했을 때 빛나는 콜라라고 한다. 어쩔 수 없지. 어제도 치킨을 먹었지만, 오늘은 이 녀석 때문에 치킨을 시켜야겠네. 그렇게 반강제 1일 1닭 이틀 차를 실천하고 말았다. 치킨은 뭐 한국사람들한테 밥 같은 거니까. 



팀플의 콜라, 

치킨과 마실 때 가장 어울리는 콜라 

(절대 치킨이 먹고싶어서 시킨 게 아닙니다)

후라이드 치킨이 왔다. 하지만 일본은 가라아게를 먹는 나라다. 닭을 튀겼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식감이나 먹는 문화들이 조금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치킨에 가라아게도 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콜라를 마셔야 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거잖아(아니다).


펩시 가라아게 전용 콜라는 치킨과 만났을 때에는 훨씬 괜찮은 콜라가 되었다. 일단 끝 맛이 달지 않고 담백해서 치킨과 가라아게가 가지고 있는 기름진 맛과 짭조름함을 깨끗하게 지워주었다. 또 제로칼로리라는 점도 치킨을 먹고 싶은 다이어터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능이었다(물론 이렇게 아낀 칼로리로 한 조각 더 먹는 게 함정).


마지막으로는 식이섬유 등이 함유되어 있어 식사를 다 한 후에 소화를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펩시 가라아게 전용 콜라 자체는 (포장에 그려진 치킨을 제외하면) 큰 캐릭터가 없었지만, 치킨(가라아게)을 더 빛내줄 수 있는 명품조연급의 콜라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런 콜라를... 


우리는 '교촌 허니 스파클링'이라고 불렀었지. 지금은 단종되었지만 보고 있니?



콜라의 맛도 

나라마다 바뀔 수 있는 것일까?

(취향의 길을 찾아서 떠난 일본펩시)

한국사람만큼이나 일본 사람들에게 '가라아게'는 소울푸드처럼 여겨진다. 산토리펩시에서 가라아게 전용 콜라를 냈던 것 역시, 일본인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라아게를 더 즐겁게 마시게 하기 위한 일환으로 느껴진다. 산토리펩시는 'J콜라'라는 명칭으로 자국민들이 더 좋아할 펩시의 맛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펩시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괴작을 넘어 사람들과 융화할 수 있는 새로움을 계속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음료에도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콜라와 사이다의 맛은 이래야 해!...라는 보수적인 음료를 벗어나 새로운 상황에서 어울리는 맛을 생각해보는 것. 또 제안된 신상음료를 마셔가며 맛과 상황을 탐구하는 그런 날들이 국내에도 오지 않을까? 


물론 김치펩시는... 빼고요. 


(마시즘의 치킨펩시 리뷰는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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