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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Aug 03. 2022

잉카콜라 VS 코카콜라,
페루의 콜라 전쟁

#이게 음료전쟁이야 영화 <한산>이야?

어떤 콜라를 좋아하세요?


음료미디어 마시즘은 이렇게 묻고 다닌 지가 5년이 넘었다. 대부분은 코카콜라와 펩시를, 또 어떤 사람은 닥터페퍼나 맥콜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딱 한 명. 단호하게 이 콜라를 외친 사람이 있었다. 페루의 <잉카콜라>다. 


콜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 수도 있다. 혹은 한국에서도 마셔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 콜라는 펩시도 못해본 엄청난 기록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바로 자국에서 코카콜라를 이겨낸 콜라라는 것이다. 오늘 마시즘은 영화 '한산' 부럽지 않은 전략넘치는 '잉카콜라'에 대한 이야기다.



잉카콜라 당신에게는

출생의 비밀이 있어

잉카콜라는 이름과 모습만 봐도 특징이 한 눈에 들어온다. 황금빛(옐로콜라 아님)을 자랑하는 음료의 색깔과 잉카콜라라는 이름은 페루의 고대 황금의 제국 '잉카'가 떠오른다. 무려 1935년에 만들어진 역사가 깊은 음료지만 이 음료에는 출생의 비밀이 있다. 이거... 영국이민자가 만든 음료야.


그렇다. 잉카콜라는 1910년 페루 '리마'에 정착한 영국인 이민자 가족 '린들리' 가문(현재는 회사의 이름이 린들리다)에서 만든 음료다. 그들은 일찍이 페루에서 소규모 탄산음료 공장을 지었다. 그러다 페루의 수도 리마가 만들어진지 400주년이 되는 기념일에 페루 사람들에게 상징적으로 비칠 음료 '잉카콜라'를 만든 것이다. 


잉카콜라에는 이름과 모습 빼고도 여러 가지 특징이 있었다. 일단 콜라 열매가 아닌 남미의 허브인 '레몬 버베나'를 주원료로 달콤하면서 상큼한 음료를 만든 것. 또 이 맛이 페루식 중국집인 '치파'의 음식과 어울리도록 하였다. 밥을 먹을 때 당연히 음료가 함께하면 좋은 법. 잉카콜라는 노동자층, 서민음료로 시작되어 리마를 넘어 페루 전 국민에게 사랑을 받는 음료가 되었다. 코카콜라가 페루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코카콜라 VS 잉카콜라,

페루발 콜라 전쟁이 일어나다 

각 나라에는 잉카콜라처럼 자국을 대표하는 탄산음료가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코카콜라와 같은 지구를 대표(?)하는 음료가 들어온다면 그 나라의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는 코카콜라의 몫이 되곤 하였다. 잉카콜라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강력한 맛과 놀라운 마케팅, 대단한 자본을 가진 코카콜라가 페루에 왔다고?


잉카콜라는 '애국심'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잉카콜라가 곧 페루의 맛'임을 광고에서 꾸준히 전달했다. 여기까지는 다른 나라들도 비슷했다. 하지만 잉카콜라에게는 코카콜라와 너무 다른 대척점들이 많았다.


먼저 컬러였다. 황금색의 잉카콜라 색상은 어두운 갈색의 코카콜라와 비교가 되었다. 두 음료를 마셔보면 잉카콜라가 말도 안 되게 훨씬 달콤한데. 이미 달콤한 음료와 음식의 조화에 빠진 페루 사람에게 코카콜라는 살짝 덜 달콤한 음료처럼 보이게 되었다. 잉카콜라의 가장 큰 경쟁력은 이런 '오리지널리티'에 있었다. 단순히 코카콜라를 흉내 낸 변방의 콜라가 아닌, 오랜 시간 자신만의 맛을 대중과 나눠온 콜라였던 것이다.


코카콜라와 잉카콜라의 경쟁은 불이 붙었다. 1980년대에는 35%대 21%로 잉카콜라가 코카콜라를 압도하기도 하였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니 페루사람들에게 '잉카콜라'는 자존심 같은 음료가 되었다. 반대로 '코카콜라'는 로컬의 음료를 몰아내려는 글로벌 기업처럼 비치게 된 것이다. 코카콜라가 맛있을 수 있지만, 페루 사람이면 잉카콜라를 마셔야지!


그리고 이 전쟁은 1999년 막을 내리게 된다.



전쟁에서 이긴 잉카콜라, 

...를 사버린 코카콜라

쫓고 쫓기는 점유율 경쟁에서 '잉카콜라'와 '코카콜라'의 격차(다이어트 버전 포함)는 32%와 30%까지 좁혀지게 되었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더 이상 잉카콜라와의 공격적인 경쟁을 포기하게 된다. 콜라를 주문하면 당연히 잉카콜라를 주는 페루의 사람과 문화에 굴복한 것이다. 


그렇게 1999년 2월 23일 코카콜라는 잉카콜라를 만드는 린들리의 지분 50%를 사버린다(?). 내가 이길 수 없다면 널 가지겠어!


뜻밖의 잉카콜라는 코카콜라의 산하에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양쪽이 모두 윈윈이 되는 상황이었다. 잉카콜라와 코카콜라가 경쟁하던 시기의 페루는 그야말로 경제적 정치적 대혼란기였다. 페루는 80년대 물가상승률이 300%가 올라가는 초인플레이션이 있었고, 각종 군사쿠데타와 독재 민주화 운동이 이어졌다. 


내부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인 '코카콜라'를 상대하려다 보니 '잉카콜라'는 많은 돈을 설비에 투자하고, 마케팅에 쏟아야 했다. 경제가 안정된 상황에서도 잉카콜라의 적자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때 '코카콜라'가 동료가 된 것이다. 코카콜라는 로컬 음료를 쫓아내는 것이 아닌 함께 키우는 브랜드로 페루 사람들에게 인식이 될 수 있었고, 잉카콜라는 페루 내에서 코카콜라를 생산하는 파트너가 되었다. 또한 코카콜라의 기술로 잉카콜라를 페루 바깥의 해외에도 판매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웃나라도 아닌 페루의 음료 전쟁 이야기는 세계에 대서특필이 되었다. '코카콜라가 경쟁을 포기하고 인수를 한 음료가 있다고?', '대체 어떻게 코카콜라와의 경쟁에서 이겨낸 것이지?' 페루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이 음료를 궁금해하고, 기대하게 되었다고 할까?



황금빛 잉카콜라 속에 숨겨진 이야기


잉카콜라는 페루를 넘어 남미의 여러 국가,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도 생산 판매가 된다. 2010년대에는 한국에서도 수입이 되기도 하였지만... 과거 옐로 콜라를 연상시킨다는 느낌에 오랫동안 판매가 되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반대로 페루나 남미의 문화가 발달할수록 언제든지 성장할 수 있는 음료가 '잉카콜라'라고 생각한다. 맛도 훌륭하지만(초고급 뽕따 맛이 난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매일 같이 마시는 음료만을 찾는 것도 좋고, 건강을 위해 '제로 칼로리'가 된 음료를 찾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마시즘은 조금 더 나아가 음료와 이야기를 함께 수집하고 즐기는 그런 문화가 온다면 우리의 삶이 훨씬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세상에는 코카콜라와 펩시 말고도, 그들을 위협하거나 이기기까지 한 다양한 국민음료들이 많거든. 그 숨겨둔 이야기를 하나, 하나 기대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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