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시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시즘 Aug 05. 2022

여름을 위한 세계의 커피 4

# 아이스 커피 없이 살 수 없는 당신을 위한

당신은 아.아 없이 살 수 있습니까?

여름날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 이렇게 더운 날씨에 아이스 커피 없이 대문을 나서는 일은, 마치 총칼 없이 전쟁터로 나가는 군인 같다. 요즘 나는 출근과 동시에 얼음을 가득 채워넣은 텀블러에 믹스커피를 두 개 뜯어 붓고, 점심을 먹고나면 시원한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입가심을 한다. 내 생명은 소중하니까.


무더운 여름을 커피로 버티는 민족은 우리 뿐만이 아니다. 오늘의 마시즘은 여름을 위해 태어난 세계의 시원한 커피들을 알아본다.   



1. 상큼함의 최고 레벨, 마자그란  

우리나라에 ‘아샷추(아이스티+샷 추가)’가 있다면, 포르투갈에는 ‘마자그란(Mazagran)’이 있다. 포르투갈 지역에서는 무려 1800년대부터 마시기 시작한 일종의 커피 레몬에이드다. 


커피에 레몬이라고?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조합이 괜찮다. 치킨과 치킨무, 삼겹살에 비빔면을 떠올리면 쉽다. 고소한 맛과 상큼한 맛은 언제나 맛있을 수 밖에 없는 ‘필승 공식'이니까. 


마자그란을 만드는 방법은 심지어 어렵지 않다.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더하고, 레몬즙과 탄산수를 기호에 맞게 부으면 끝이다. 상큼하게 먹고 싶을수록 레몬즙의 비율을 늘리면 된다. 


이렇게 하면 새콤달콤하면서 시원하게 톡 쏘는 청량함을 가진 커피가 탄생한다. 지쳐서 입맛이 남아있지 않을 때조차 힘이 나게 해주는 활력제가 된다. 소주나 럼주를 더하면 상큼한 커피 칵테일로도 즐길 수 있다는 정보도 살짝 남겨본다.   


2. 알알이 얼려먹는 커피, 커피 그라니타 

요즘 커피에서 중요한 요소는 맛 뿐만 아니라 비주얼이다. 비주얼이 예쁘면 보는 것만으로도 먼저 행복해지거든. 그라니타는 커피를 얼려서 잘게 부순 디저트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즐겨 먹는데, 마치 돌멩이처럼 동글게 생겼다고 해서 ‘화강암(granite)’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얼려서 먹는 커피답게 그라니타는 입 안에 넣으면 알갱이들이 오밀조밀하게 돌아다니다가 금새 녹는다. 맛은? 마치 아이스크림이나 슬러쉬를 먹는 것처럼 부드럽고 시원한 맛이다. 대신에 우유나 크림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텁텁함 없이 끝까지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오랜 시간 냉동실에서 얼려야 해서 만드는 과정은 다소 수고롭지만, 한 번 만들고 나면 오랫동안 꺼내 먹을 수 있다. 이것도 귀찮으면.. K-그라니타, 더위사냥을 먹으면 어떨까? (아니다)  


3. 스페인의 미숫가루 커피, 오르차타

고소한 맛을 좋아한다면, 오르차타를 놓치지 말자. 스페인과 멕시코에서 즐겨 마시는 ‘오르차타(Horchata)'는 쌀이나 타이거 넛츠(견과류의 일종)를 갈아서 만드는 음료다. 여기에 커피를 더해서 마시면 시원하고 고소한 카페라떼가 탄생하는데, 이것이 고소함의 끝판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시나몬을 더하면 고소하고 쌉싸름하면서, 코가 찡긋할만큼 매콤한 맛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견과류로 만들어서 건강까지 생각하면서 마실 수 있다. 기존 라떼보다 든든하게 즐길 수 있어서 바쁠 때는 밥 대용으로도 괜찮은 음료랄까?


하지만 문제는 쌀은 밥 지어 먹기에도 모자라고, 타이거 넛츠는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지. 하지만 차원이 다른 이국적인 고소한 맛을 원한다면 한번쯤 시도해볼 법하다.  


4. 이탈리아의 자부심, 샤케라또 

이탈리아에 간다면 기억해야할 사실이 있다. 절대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한국인에게 ‘아이스 김치찌개'를 달라는 말과 비슷하달까? 이들은 진한 에스프레소를 근본으로 마시며 커피에 물 타는 행위를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에도 무더운 여름을 위한 음료가 있다. 


바로 샤케라또(Shakerato)다. 이탈리아어로 ‘흔들다'라는 의미를 가진 이 커피는 얼음 한 톨 들어가 있지 않지만, 머리가 찡 하게 울릴만큼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어떻게 얼음 없이 시원할 수 있냐고? 비법은 에스프레소와 설탕을 얼음 가득한 쉐이커에 넣고 흔들어 만들기 때문이다. 쉐이킹(흔드는) 과정에서 커피에도 마치 구름처럼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거품이 생기는 건 덤이다. 


맛을 보면 먼저 구름을 닮은 거품이 입술을 감싸고, 시원하고 달달한 커피가 스며 들어온다. 온도 또한 충분히 시원하다. 오히려 마시는 동안 얼음이 녹아 밍밍해지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아서 끝까지 처음처럼 진한 커피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역시, 커피 근본의 나라에서 온 음료답다.   


+ 이탈리아의 근본 여름커피, 샤케라또 만드는 방법은 영상으로도 볼 수 있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잉카콜라 VS 코카콜라, 페루의 콜라 전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